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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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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보건의료노조 내달 총파업 예고, 왜

“‘코로나 격무’ 더는 못 버틴다”… 벼랑끝 ‘인력 확충’ 요구

  • 기사입력 : 2021-08-25 2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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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발병 이후 1년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나 그랬듯 금세 신종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점점 희미해지고, 앞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19와의 동행 기간만큼 사람들의 피로감이 지속 누적되는 가운데, 방역의 최전선에서 질병과 직접 부딪히는 의료진들은 가중된 부담으로 폭발 직전의 상태까지 치달았다. 이들은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정부에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번아웃이 현실화되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마친 한 의료진이 주변 소독 중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코로나19 장기화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번아웃이 현실화되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마친 한 의료진이 주변 소독 중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의료진./경남신문 DB/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의료진./경남신문 DB/

    ◇‘코로나 블루’에 빠진 보건의료 노동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 12일부터 한 달 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실태 파악을 위한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는 코로나19 환경 평가 등 총 6개 영역 37문항에 대한 자기 기입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141개 사업장 4만3058명의 유효 응답이 사용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25%다.

    노조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보건의료노동자의 78.2%가 ‘자신의 일상생활이 나빠졌다’고 응답했으며, 심리상태 역시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70.6%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 근무자들의 경우 노동여건 나빠짐(50.5%)·일상생활 나빠짐(75.4%)·심리상태 나빠짐(66.2%)으로 코로나19로 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전담병동은 아니지만 확진자 진료에 참여하는 노동자들 역시 노동여건과 일상생활, 심리상태가 모두 코로나19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인원이 절반을 넘었다.

    노조는 “감염병 재난에 따른 사회적·정신적 불안이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더 심각하게 작용됐다”고 풀이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권(고용·휴가·휴직 사용 등) 보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진료 비참여 의료 노동자들의 58.2%가 노동권 보호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진료 참여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55.7%)·전담병동(48.3%)·확진자 진료 참여(49.6%)로 긍정평가 비율이 최대 10% 가까이 낮은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시대 속 노동여건뿐 아니라 안전에도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여성 보건의료 노동자의 63.9%가 최근 1년 내 폭언·폭행·성폭력 중 한 가지 이상의 폭력적 경험을 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는 주로 환자·보호자(46.9%)로, 의료기관 이용자로부터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인력부족과 감정노동, 폭언폭행에 반복 노출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직무소진 상황 또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69.6%가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며 번아웃을 호소했고, 환자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병원(국·사립대병원) 노동자의 경우 70% 넘는 의료 노동자들이 높은 직무소진도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의 현실

    코로나와 최전선 사투 1년 7개월째
    의료진 피로누적 한계상황에 직면

    141개기관 4만3058명설문결과
    응답자 78% “일상 심리상태 나빠져”

    인력부족 감정노동반복심신쇠약도
    10명 중 7명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


    이들의 요구는

    124개지부 5만6000명쟁의조정신청
    마산의료원 진주한일병원 등 참여

    공공의료기관 보건인력 확충 요구
    “수용되지 않으면 내달 2일 총파업”

    선별진료소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선별진료소 소독을 하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받으려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받으려는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총파업 걸고 공공의료·인력 확충 요구= 보건의료노조 124개 지부(136개 의료기관)는 지난 17일 노동위원회에 동시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5월 말부터 진행된 대정부 교섭, 산별중앙교섭, 산별현장교섭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다. 보건의료노조 196개 지부 중 교섭을 타결한 곳, 소수노조라 교섭권이 없는 곳, 폐업 등으로 교섭이 불가능한 곳, 원장 교체 등으로 교섭이 늦어진 곳을 제외한 124개 지부(의료기관수로는 136개) 5만6000명이 참가했다.

    도내에서도 마산의료원, 경남혈액원, 통영적십자병원, 경상국립대병원(진주·창원), 양산 부산대병원, 진주 한일병원 등 다수의 의료기관이 쟁의조정신청에 참여했다.

    이들은 신청 이후 주어지는 15일간의 쟁의조정기간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달 2일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보건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보건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파업사태가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의 한가운데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그만큼 현장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절실하고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데 솔선수범해야 하는 대형병원들은 막대한 의료순이익을 거두어 왔음에도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 비품으로 취급해 의료현장을 떠나게 만들어 왔다”며 “의료기관의 모든 업무는 인력에 의해 수행될 수밖에 없음에도 사용자 측은 의료비용에서 인건비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는 트집을 잡아 인력 확충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요구를 일축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방역인력 별도 배치, 교대근무자 일요근무에 대한 보상, 임금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입찰제 금지, 유급병가 60일 등 노조측의 주요 요구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던진 과제인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사용자인 의료기관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의료 인프라의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고 있지만, 공공병원 확충정책과 취약한 시설·장비·인력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면서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의료인력의 소진·탈진·이탈이 속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력확충과 처우개선 대책은 오리무중이고 끝을 알 수 없는 희생과 헌신만 강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에 의한 K-방역대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방역대책 전환을 위해서는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공의료 확충·강화 3대 요구로 △감염병전문병원 조속 설립·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및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의료 1곳 확충 △공공병원 시설·장비·인력 인프라 구축·공익적 적자 해소를 요구했으며,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5대 요구로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 전담 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5대 불법의료(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평가 기준 강화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의사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요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3일 오후 3시부터 보건복지부와 쟁의조정신청 이후 첫 교섭이자 10차 노정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 사항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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