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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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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망상-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1-07-26 20: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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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나무가 좋다. 계절별로 모습을 달리하는 것도 경이롭고, 해마다 별다른 노력없이 커가는 것도 고맙고 신기하다. 병원 진입로의 가로수는 20년 된 느티나무다. 이제는 훌쩍 큰 키에 제법 둥치는 굵어졌고, 넓고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종종 새들도 놀러와 재잘거리며 풍치를 더한다. 나무가 아무런 조건없이 사람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태양계의 저 너머 토성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는 지구에 무사히 안착했다. 태양계의 변방인 천왕성·해왕성을 탐사하니, 거칠고 차가운 환경이 생명이 살기에는 불가능했다. 활동하기 좋은 따뜻한 곳을 찾아 태양 가까이 오던 중에 금성은 표면이 너무 뜨거웠고, 그 옆 동네인 지구가 숙주도 풍부한 최적지임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고, MZ 세대 표현으로 ‘뻥’이다. 한여름 산들바람 오락가락하는 느티나무 아래서 피워 보는 망상이다.

    코로나는 진행형이다. 백신 개발과 보급으로 주춤하던 기세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로 대응하며, 감염자 수와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이처럼 항상 혁신과 확장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되는 변이 바이러스로는 영국발 알파 변이, 남아프리카 공화국발 베타 변이, 브라질발 감마 변이가 있는데, 그중 인도발 델타 변이가 감염의 속도와 기존 백신의 효능 저하 및 무력화 측면에서 단연 우세종이다. 바이러스는 행동은 민첩하고, 생각은 지혜롭고, 대처는 유연하고, 똑똑하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최초 확장의 진원지는 중국이었다. 이 나라는 지구의 중심임을 내세우며, 인구는 14억을 넘어서 세계 1위이고, 경제력과 산업 발전은 이미 G2에 이른 역동적인 나라로서, 세력 확장지로 최고인 것을 이미 바이러스는 알고 있었다. 연일 확진자 1000명을 넘어서며,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의 대유행을 주도하는 강력한 바이러스는 인도발 델타 변이다. 인도의 인구는 세계 2위로 13억을 훨씬 넘었고,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다. 불교의 원산지이자 국민 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국가이며,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왕성한 활동을 위한 최고의 나라이다. 토성에서 온 바이러스는 이미 시장 조사를 통해 지구의 현황이 파악된 상태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체계적이고 과학적 공략을 하며, 어쩌면 인문학 소양도 겸비했는지 모른다.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K-방역의 핵심은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의 추적, 차단이었다.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한 오만했던 인간이 바이러스의 전횡 앞에 그 성적은 초라하다. 쓰임이 덜했던 미물이 사람에게 교훈을 준 일화가 전해 온다. 빈대 이야기다. 그룹 현대의 창업주인 아산 정주영 회장의 고향은 강원도 통천읍 아산리다. 호인 아산은 고향의 지명에서 가져온 듯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호가 본인이 태어난 거제와 자신이 학창 시절을 보낸 부산을 더해 만든 거산 김영삼과 유사하다. 또 있다. 친구인 성산 김석기 부시장은 창원 원주민으로서, 고향이 성산패총 밑 현재 LG전자 1공장 부근 어느 마을이라, 호를 성산이라 했다. 다들 고향에 대한 애정과 호의 단순함과 질박함에 정감이 간다. 아산 정주영 회장은 세 번째 출가 때 소 판 돈 70원을 들고 출가해 경성실천부기학원 야간반에 다녔다. 일찍부터 회계 중요성과 기업 운영의 핵심을 간파하신 분이다. 빈대는 피를 봐야 한다. 정 회장님이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던 시절, 노동자 합숙소에서 잠을 잤다. 빈대를 피해 잠을 청하던 중, 빈대가 벽을 타고 천장을 거쳐 공중 낙하로 자기 몸에 내리는 것을 보며, 목표 성취를 향한 미물의 열정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는 전설이 있다. 휴가길마저 끊어진 염천에, 나무 아래서 망상은 이어진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시대의 비운아 홍길동은 역병이 창궐하는 이 폭염 속에 길을 나섰을까? 참 많이 더웠을 텐데….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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