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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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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어느 마이너스(-)가 말해주는 것- 이수정(창원대 교수·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1-07-25 20: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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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시대의 현실 한 토막을 짚어본다. 우선 가까운 데서부터.

    2021년 부산경남 주요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립대도 소위 거점대도 예외 없다. 경남의 한 사립대는 내년도 모집 정원을 무려 500명 이상이나 줄이기로 했다. 창원시 의창구는 창원대와 인구 증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대학 관계자가 아닌 사람에겐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아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몇 줄의 소식은 창원시를 비롯한 지방의 인구 감소, 지방 대학의 위기, 지방의 몰락이라는 무거운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들의 근저에 한국의 인구 감소가 가로놓여 있다. 왜 인구가 줄어드는가. 모두가 다 안다. 저출산 때문이다. 왜? 결혼을 안 하기 때문이다. 왜? 연애를 안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포(연애, 결혼, 출산포기)현상이 거기에 있다. 이는 취업, 양육, 인생 포기를 포함하는 n포 다포로 연결된다. 총체적인 마이너스(-)다. 연애, 결혼, 자식, 이런 건 모든 좋은 것 중 가장 좋은 것들일텐데 왜 젊은이들이 이것을 포기하는가.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다 안다. 연애도 결혼도 양육도 돈이 든다. 그런데 돈 벌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어렵사리 취직해서 돈을 모아도 알콩달콩 살아가기 위한 집을 살 수가 없다. 집값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기를 하지 않고서는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을 못 산다. 건전한 근로 의욕이 생길 리 없다. 가만히 있으면 본의 아니게 벼락거지가 된다. 요행이 취직을 해도 상사 및 회사의 갑질과 살벌한 경쟁이 기다린다. 한때 우리 귓가에 요란하게 들려왔던 이른바 ‘헬조선’이라는 말이 그런 현실을 상징한다. 세상이 지옥이라니…. 너무나 아픈 단어다. 그런데 서라도 꾸역꾸역 구차한 삶을 살아나가자면 푸르른 꿈같은 건 줄여갈 수밖에 없다. 하나씩 하나씩 빼나가는 마이너스다. 삶의 수준도 당연히 낮아진다. 마이너스가 마이너스를 부른다. 악순환이다. 그 고리의 한 지점에 ‘미충원’과 ‘신입생 정원 감축’이라는 저 한 줄의 소식이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진단과 처방은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답이 아예 없지는 않다. 우선 그중 한 가지. 일단은 정치다.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라고 있는 게 정치다. 일반적으로는 좀 덜 유명하지만 실은 공자 철학의 핵심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는 논어에서 40차례나 ‘정치’(政)라는 것을 언급한다. 그런데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政者正也)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말의 배경에는 ‘잘못된 현실’이 가로 놓여 있다. 의기양양한 불공정, 편법, 요령….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오늘날 이런 현실을 만들어 놓았다. 그 유책자는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정치밖에 없다. 한때 제법 역할을 했던 언론과 교육도 이젠 거의 모든 기능을 상실했다. 언론인과 학자들 사이엔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 아무도 그들의 쓴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걸 행동에 옮기는 건 더욱 드물다. 당대에 무시당하는 건 어쩌면 가치 있는 언어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공자도 부처도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다 그랬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누군가는 들어주리라. 그 희망의 영토를 한 뼘씩이라도 늘려가면 된다. 어둠이 빛을 기다리듯이, 겨울이 봄을 기다리듯이, 마이너스도 플러스를 기다린다. 그렇게 국민들은 정책을 기다린다. ‘인간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그런 꽃다운 정책을. 각론은 다양하게 있다. 인재도 많다.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한 획 차이다. 똑바로 선 한 획.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들에게 이 말귀를 알아듣는 귀가 있다면 좋겠다.

    이수정(창원대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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