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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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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듕가리프테루스듕가-김륭

  • 기사입력 : 2021-07-22 08:37:19
  •   

  • 냉장고 속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올 리는 없어. 그러나

    공룡이 나올 수는 있어.

    난 그렇게 믿어. 공룡이 살았던

    지구잖아. 그러니까

    달걀에서 공룡이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닐 거야.

    기적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건

    촌스러워. 닭이 알을 낳는 일보다

    사소한 일이지.

    진짜 기적은 오늘 밤 내가

    우리 집 냉장고 속 달걀에서 꺼낼

    공룡 이름까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야.

    *듕가리프테루스듕가 : 중생대에 등장하는 익룡. 척추동물 가운데 최초로 하늘을 비행한 파충류.


    ☞냉장고 속에 얌전히 앉은 달걀이 공룡을 품고 있다. 게다가 그 공룡 이름이 듕가리프테루스듕가라니! 발상의 전환으로 늘 새로운 시를 쓰고 있는 김륭 시인이 독특한 공룡 이름에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듕가리프테루스듕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에게 시인은 ‘닭이 알을 낳는 것보다 사소한 일인데, 뭘!’ 하면서 씨익 웃을 것 같다.

     문학의 원천은 상상력이다. 특히 아동문학은 상상으로 동심을 깨워 아이들이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해야 한다. 냉장고 속 달걀에서 공룡을 떠올리는 ‘사소한 상상력’에 처음엔 의아한 느낌이 들다가도, 그 어려운 공룡 이름을 아는 것이 ‘기적’이란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듕가리프테루스듕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듕가리프테루스듕가는 몸무게 약 10kg에 날개 길이가 약 3m인 최초의 익룡이다. 이 녀석 이후로 많은 익룡이 나타나 중생대 하늘의 지배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지배자가 우리 집 냉장고 속에 있다면? 달걀을 깨고 나와 냉장고 문을 터억 연 후 나에게 둥가둥가, 하고 인사는 한다면? 냉장고 속 음식을 먹어 치우며 날개를 키워 어느 날 드디어 하늘을 날아오른다면? 상상은 계속 뻗어나가 푸른 하늘을 나는 익룡 위에 앉은 내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그래, 어쩌면 고성 바닷가에 발자국을 남기고 간 공룡이 바로 그 녀석일지 몰라! 문득 우리 집 냉장고 속 오래된 달걀을 꺼내 한참 바라보았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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