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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령이 꿈꾼 프랑스 트루아 ‘한여름 밤 꿈’이었나- 장명욱(의령군 홍보미디어 담당 주무관)

  • 기사입력 : 2021-07-18 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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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관’의 결론은 서울이었다. 어쩌면 지방의 도전은 처음부터 무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의령과 같은 작은 도시에서 유치를 희망했을 때 아마도 정부는 ‘너희가?’ ‘얻다 대고’ ‘감히’라고 코웃음 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많은 언론과 호사가들은 ‘이건희 미술관’에 웬 고향 타령이라며 타박을 줬다. 작은 도시의 설움은 컸을까. 부산, 대구와 같은 대도시의 유치전을 보면서 움츠려진 것일까. 부끄럽지만 나부터 위축된 것 역시 사실이다. 크게 반박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와는 다르게 의령군은 꿈이 있었다. 기증자의 고향에 건립된 ‘트루아현대미술관’처럼 의령에 ‘이건희 기증관’을 유치하겠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트루아현대미술관’은 프랑스 북동부의 역사 도시 트루아(Troyes)에 있는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1982년 처음 문을 열었다.

    기업가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피에르 레비(1907~2002)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2000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소유한 규모가 큰 미술관이 되었다. 트루아현대미술관의 주요 전시품은 20세기 유럽 미술사를 이끌었던 주요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회화와 조각, 예술 사진, 유리 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보관하고 있다.

    기증자인 피에르 레비는 40년간 성실하게 쌓아 올린 컬렉션 전체를 국가에 기증했고,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고향 유서 깊은 건물에 이른바 ‘레비 컬렉션’을 영구 보존·전시할 미술관을 열도록 했다. 트루아현대미술관에는 20세기 유럽 미술사를 이끌었던 주요 현대 예술가와 학파들의 작품을 풍부하게 전시하고 있다.

    이건희와 피에르 레비는 묘하게 닮았다. 성공한 기업가였고, 예술을 사랑했다. 많은 예술품을 모았고, 국가에 기증하는 것까지 닮은 게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국적이 다를 뿐, 그리고 ‘레비의 기증품은 고향에 있고’ ‘이건희 기중품은 고향에 없고’의 차이가 날 뿐이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의 의령 명분은 사실 ‘창업주의 고향’이어서가 절대적인 이유가 아니다. 우리 같은 작은 도시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의령의 꿈은 ‘한여름 밤의 끝’으로 끝난 걸까. 트루아처럼 공업이 발달하고, 서비스 산업이 활발한 도시로의 성장을 기대한 것은 무모한 생각이었을까.

    고향 타령을 해봤다. 일면식도 없지만 레비가 그립고, 이름도 모르는 그때의 결정을 한 프랑스 대통령도 그립다.

    힘내라, 의령.

    장명욱(의령군 홍보미디어 담당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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