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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역사전쟁-남침·북침-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 기사입력 : 2021-07-15 2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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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6월 11일 서울신문은 진학사와 함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6·25 전쟁을 북침으로 응답했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보도가 나가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 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남침·북침 역사전쟁이 정치권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역사전쟁은 전교조 교사가 북침을 가르쳤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국사교과서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인정하는 ‘검인정’ 대신 국가 단일사관에 의한 ‘국정’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쟁으로 불붙었다.

    8년이 지난 올 6월에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국민들에게 당시 서울신문이 했던 같은 보기문항을 제시하고 6·25의 남침·북침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선생님께서는 6·25전쟁이 남침이라 생각하십니까? 북침이라 생각하십니까?’로 물은 결과 남침이 54.5%, 북침이 33.9%, 기타 7.0%, 잘 모르겠다가 4.6%로 나왔다. 이어 질문을 달리 해서 물어봤다. ‘그럼 용어가 혼란스러우시면 남한과 북한 중 누가 6·25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그 답은 ‘북한이 일으킨 전쟁’이 90.7%였다.

    2013년 당시에도 서울신문 조사가 잘못됐다는 반론조사가 있었다. 교육전문지인 희망교육이 서울지역 학생 1499명을 대상으로 ‘6·25 한국전쟁은 누가 일으켰나’라는 질문에 답변 내용을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남한이 일으켰다’라고 제시하자 89.4%가 ‘북한이 일으켰다’고 답했다. 서울신문 조사와 완전히 상반된 조사가 나왔다. 즉 6·25전쟁이 남침·북침인가?로 질문하면 다수는 전쟁을 일으킨 주체를 기준으로 북한이 침략한 ‘북침’으로 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당시에 조금만 고려해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역사학자나 조사전문가들도 북침·남침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좌파 교육의 본보기로 보고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화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 여진은 한국사회를 이념적으로 더욱 찢어 놓았다.

    당시 고등학생들이 지금 20대로 2030세대 현상을 일으키는 세대가 됐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의 탄생, 지방선거 및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고, 국민의힘 대표경선에서는 이준석을 적극 지지하는 등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했다. 만약 2030세대가 전교조 교사로부터 6·25는 ‘남한이 일으킨 북침’이라는 식으로 교육을 받아 좌파가 되었다면,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의힘 대표경선에서 이준석 현상을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침 다음 달에 32년전 북침 논란이 됐던 사건의 재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전교조 결성 직전인 1989년 5월 제천 제원고교 강성호 교사가 수업중에 북침을 주장했다는 사건으로, 학생 6명의 증인만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그러나 강성호 교사는 북침을 가르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증인인 ‘6명의 학생 중 2명이 문제가 된 수업 시간에 결석했으며 우리는 북침설 수업을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359명의 당시 학생이 재판부에 제출했던 사건이다.

    정치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다 정당화된다고 보면 잘못된 생각이다. 특히 미래세대의 교육까지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정치가 교육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교육에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교육에 관여를 한다면, 객관적 사실과 전문가의 의견을 검토해서 그야말로 국가 100년 대계의 교육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용어 혼란이 너무나도 명백한 남침·북침 같은 잘못된 조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식의 역사전쟁은 이제는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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