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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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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표현으로서의 문신(文身)-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1-07-11 2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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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래에 문신(文身)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자못 많아지고 있다. 국회에서 문신 시술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발의 의원 중에 모 여성 의원은 국회 뜰에서 자기의 등에 한 문신 문양을 공개하면서 법안 처리를 촉구한 일도 있었다. 문신도 개인의 개성 표현의 한 수단이니 문신 시술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술로 인한 위생 상의 문제를 들어 의료인만 시술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서 있는 상황이다.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1992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법이 정한 의료인이 아니면 모든 문신 시술자는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는 위생 교육을 전제한 문신 시술을 비교적 손쉽게 허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문신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시원은 고대 원시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오찰 알프스에서 발견된 냉동 미라인 ‘오치’는 5300년쯤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몸의 곳곳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또한 아프리카, 이집트, 잉카 문명 등등에서도 문신이 시술된 미라가 발견되어 지구 전역에서 고대에서부터 행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종교적 의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경우, 문(文)이라는 글자에서 먼저 그 시원을 유추할 수 있다. 문(文)은 지금의 대표훈인 문자, 문장, 문식 등에 보이는 글이라는 의미 이전에 무늬 문(紋)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문(文)의 고대 자형(字形)을 살펴보면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을 상형한 것으로, 가슴 한 가운데 ×, ∨, ∧, //, ∪ 등과 마음 심(心)자 초기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죽은 사람의 가슴에 행한 사혈(瀉血)의식의 흔적으로 파악한다. 죽음을 영혼과 육체의 분리 과정으로 파악한 고대인은 육체에서 피를 빼어내는 행위를 통해 영혼이 빠져나가 죽음에 이른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혈이 끝난 칼자국 문양에 붉은 염료를 주입하는 시체의 성화 의식을 행하였다. 문(文)은 남성의 경우이고, 여성의 시체에는 양 유방을 중심으로 문신을 하였는데 상(爽), 석(奭)등의 글자가 그러한 성화의식(聖化儀式)을 상형한 글자이다. 또 산(産), 자(字), 언(彦)등의 글자에서도 문신의 시술이 관계한다.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이마에 종족의 상징 부호를 새겨 넣는 의식이 산(産)이고, 이렇게 문신을 한 아이를 사당으로 옮겨서 조상에게 일족이 되었음을 알리는 의식을 행하였다. 그 의식을 상형(象形)한 것이 자(字)라고 하는 글자이다. 그리고 언(彦)은 성인식에서 얼굴, 즉 안(顔)에 문신의 문양을 채색하고 관례(冠禮), 즉 성인식을 치르는 것으로 이때에 또한 자(字)라고 하는 이름(名)을 부가하였다.

    따라서 문(文)의 시작은 칼집, 즉 문신이고, 이는 영혼과 육체의 분리를 위한 의식의 상징이기에 문(文)은 영혼 분리의 통로인 문(門)으로서, 문(文)은 출발부터 인간의 영혼과 관련이 되고 정신과 육체의 연결 고리이기도 한 것이다. 문(文)은 죽음을 완성하는 즉 육체와 영혼의 분리를 완성하는 성화 의식이고, 자(字)는 산(産)의 성화(聖化)의식을 통하여 조상의 사당에서 아이가 일족의 구성원임을 알리고 잘 양육하겠다는 행위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렇듯 문신은 죽음과 태어남 그리고 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생생지도(生生之道)에 관여되어 있는 성스러운 무술의식(巫術儀式)의 하나였다. 이러한 고대적 심성이 오롯이 살아있는 문신 시술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개성 표현으로 이해되고 개인이 스스로에게 행하는 성화 의식으로 정착하는 단계임을 감안한다면 이제 미술의 한 영역일 수 있음을 살펴볼 수도 있겠다. 현재 문신 시술이 의료법 위반으로 묶여 있는 이 사정은, 침구 시술을 두고 한의사와 침구사(鍼灸士), 양의(洋醫)와 한의(韓醫)간에 의료 영역 다툼의 상황과 흡사하여 사뭇 씁쓰레하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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