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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7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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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관심 - 조용미

  • 기사입력 : 2021-07-08 08: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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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까치는 내 방 발코니 앞의 매화나무를 좋아한다 물까치는 내 방에서 생산되는 이상한 언어에 관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물까치는 내 방의 고요를 탐낸다 물까치는 내 방에 켜지는 새벽 불빛에는 관심 없다 나는 물까치의 언어에 관심이 많다

    물까치는 하늘색 날개를 아주 잠깐씩만 보여준다 물까치는 내가 그 엷고 푸른빛 날개에 매혹당했다는 걸 알고있다 물까치는 매화나무 가지에 앉아 종일 움직임이 없는 내 방의 동태를 살핀다

    물까치는 내 눈길을 고요히 받아낸다 물까치는 내가 살며시 다가가면 조금 떨어진 나무로 보란 듯 옮겨 간다 물까치는 내가 불시 방문을 허락한 유일한 손님이다

    물까치의 머리는 나와 같은 검정, 물까치의 감정은 아마도 나와 같은 검정, 날개와 꽁지는 연한 하늘색, 목은 흰색, 물까치는 어느새 내 감정에 길들여지고 있다 물까치는 아침저녁으로 나의 새로운 고독을 학습한다


    ☞길지 않은 시에 “물까치”가 무려 열다섯 번 나온다. 소리 내어 “물까치”를 열다섯 번 부른다는 것, 그것이 바로 관심일 것이다. 시의 제목도 물까치가 아닌, ‘관심’이다.

    관심은 새의 충동과도 같이 우연히 발생한다.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생소한 세계로서 물까치를 등장시킨 것이 신선하고 생생하다.

    시에 동원된 동사를 따라가 보면 최초의 관심이 어떻게 점층적으로 발전되어가는지 흥미롭다. “좋아한다” “탐낸다” “보여준다” “알고 있다” “살핀다” “받아낸다” “길들여지고 있다” 마침내 “학습한다”이다. 관심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 거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과 사유가 창조되고 동화된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그 시시각각의 공기 결을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만히, 백지에 채색해 놓은 듯하다.-유희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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