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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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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2) 시즌Ⅱ 움직임 ⑦ 남해 동고동락협동조합

아이 함께 잘 키우려 ‘동고동락’… 학교도 마을도 살아났다

  • 기사입력 : 2021-06-30 2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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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 ‘동고동락 협동조합’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남해를 찾은 부모들로부터 시작됐다. 대안교육을 꿈꾸며 낯선 시골 마을에 터를 잡은 이들은 아이를 함께 잘 키우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용했던 시골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지기 시작했고, 젊은 부모들의 에너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제 그들은 낯선 이주민에서 마을과 동고동락 하는 이웃이 됐고, 귀촌·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남해를 살리기 위한 지역 문화유산 살리기 운동까지 앞장서고 있다.

    이종수 동고동락 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방소멸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지자체가 사라져도 정체성이 확고한 마을공동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농어촌 마을이 자본주의적·도시적 삶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적 삶’이란 정체성을 가지면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상주로 이사 온 이종수씨 등 5가족
    자주 어울려 학교·마을 발전 역할 고민하다
    행복공동체 꿈꾸며 2017년 4월 조합 만들어
    현재 조합원 190명 ‘사회적 경제공동체’ 추구

    ‘상주 대안학교’ 입소문 퍼지며 귀촌도 증가
    30명이 채 안됐던 초등생 50명 가까이 늘고
    매년 100명씩 줄던 주민 2019년엔 50명 불어
    도·행안부 ‘민관협치 공동체 우수사례’ 선정

    남해 동고동락 협동조합 가족들이 모내기 체험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난 후 행복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동고동락 제공/
    남해 동고동락 협동조합 가족들이 모내기 체험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난 후 행복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동고동락/

    ◇대안학교 부모들로 만나다= 첫 시작은 아이 교육이었다. 2015년 이종수 이사장은 상주중학교가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안 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네 가족과 함께 남해로 이사를 왔다. 남해 편백휴양림을 즐겨 찾기는 했지만 낯선 시골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 이사장은 “수도권 건설회사 관리부서에서 일한 지 7년 차였는데 당시 너무 많이 지쳐서 대안적인 삶을 꿈꾸고 있었다”며 “신문 칼럼에서 우연히 상주중 이야기를 보고 여기라고 생각했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와 고민하고 가족들과 논의해서 이곳에 터를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자본주의적 삶을 벗어나 대안적인 삶과 교육을 꿈꾸며 남해에 터를 잡은 이들은 이 이사장 가족 외에 4가족이 더 있었다. 낯선 마을의 이주민이었던 젊은 부모들은 자주 모여 어울렸고, 자연스럽게 학교와 마을을 잇는 역할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결국 이들은 2017년 4월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꿈꾸며 동고동락 조합을 출범했다. 조합의 목표는 네 가지였다. △경쟁이 아닌 연대하는 삶의 공동체, △학교와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교육공동체, △개인 소비적 삶이 아닌 함께 나누는 경제 공동체, △함께 먹고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다.

    조합의 초기 활동은 대부분 아이와 학교 중심의 사업이었다. 함께 아이를 돌보고 키우고, 학교와 학교생활을 돕는 일들이었다. 상주초등학교 앞 빈집을 고쳐 상상 놀이터라는 작은 사무실 겸 돌봄 교실을 만들어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봤다. 또 상주중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해 매일 저녁 간식 나눔 사업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상주중 학생들이 창립한 ‘무지개협동조합’을 통해 학교 매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대안적 삶을 모색하기도 했다.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제공/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제공/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시골 마을 살린 교육공동체= 상주중을 중심으로 한 교육 공동체의 활성화 소문에 학교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상주중에 입학하기 위해 상주초로 전학 오는 아이들도 생겼고, 전교생이 30명이 채 안 되던 초등학교 학생들은 현재 50명 가까이 늘었다. 매년 100명씩 감소하던 마을 인구도 2019년 50명이나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상주면의 마을 평균 연령은 남해읍과 창선면 다음으로 낮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마을이 변화했다. 우선 이 이사장은 청년회 총무와 마을번영회 사무국장을 도맡았고, 조합원들은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시작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취미 교실과 인문학 강의, 마을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역특산물 판매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이 생산하는 해산물, 농산물 등 로컬푸드를 조합원과 도시민들에게 판매하는 판로도 만들었다. 상상 놀이터 옆에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 겸 식당 ‘동동회관’도 개업했다.

    올해는 다랑논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경남도 사회혁신단과 함께 다랑논을 고유한 역할(논농사)로 보존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한다.

    이들의 사업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지만, 추구하는 가치는 한결같았다. 개인과 개인, 가족과 가족,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마을 공동체다. 이러한 이들의 활동에 공감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현재는 190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있다. 이 이사장은 “첫 시작은 학교를 위해 타지에서 온 학부모들이었지만, 여기서 살면서 마을 주민이 됐고 아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이곳에 살고 있다”며 “아이들이 마을에서 해맑게 뛰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좋은 학교가 있어야 미래가 있는 농촌 마을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제공/
    동고동락 프로젝트 활동모습/동고동락/

    ◇자립적 마을생태계 꿈꾼다= “조합이 나아갈 방향은 자립적 마을생태계에요. 이건 경제, 교육, 주거, 문화, 공동체적 삶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상황이죠. 민관협치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그 중심에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 이사장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조합은 우선 공익적 사업에 치중하던 역량을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데 쏟을 계획이다. 그동안 후원제로 근근이 운영해 왔지만, 올해부터 정식으로 출자금을 받기로 했다. 최종 목표는 내년까지 조합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의 야심작인 ‘베이커利동동’ 운영도 그 목표를 위한 일환이다. 동동회관 옆에 차린 ‘베이커利동동’은 오래된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한 대규모 빵집이다.

    ‘베이커리동동’ 개업을 앞두고 가게 앞에서 이종수(왼쪽 두 번째) 조합 이사장 등이 포즈를 취했다./조고운 기자/
    ‘베이커리동동’ 개업을 앞두고 가게 앞에서 이종수(왼쪽 두 번째) 조합 이사장 등이 포즈를 취했다./조고운 기자/

    이 이사장은 “올해 마늘연구소에서 마늘 활용 제품 개발 공모사업을 진행했는데 코로나19로 일이 없어서 마늘빵을 만들겠다는 제안서를 냈는데 덜컥 뽑혔다. 그래서 서울에 빵을 만드는 후배에게 발효 빵을 받아 후 과정만 해서 팔았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빵집을 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커利동동은 이 이사장에게 발효 빵을 공급하던 후배가 귀촌해 맡기로 했다. 조합은 조합원들과 마을 주민들을 채용해서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조합이 일궈온 성과는 상당하다. 경상남도 제1회 민관협치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행정안전부 공동체 우수사례 발표 한마당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매년 1억원이 넘는 공익적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무엇보다 소멸 위기의 한 마을에 숨을 불어 넣었다. 조합이 만들어 갈 4년 뒤의 꿈을 물었다.

    이 이사장은 “자립적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양질의 주택이 보급되어 마을에 더 많은 학생·학부모뿐 아니라 젊은 세대가 함께하는 마을공동체가 되길 바란다”며 “그래서 미래의 상주가 활력이 넘치는 곳이 되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이며 환하게 웃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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