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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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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가 간다] 청년들의 ‘창동 사용설명서’

골목 골목 거닐며 ‘뉴트로 감성’ 소환

  • 기사입력 : 2021-06-30 09: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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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동은 청년들에게는 다소 낯선 곳이다. 창원 토박이들은 몇 번 방문해봤다지만 타 지역에서 온 경남대 학생들의 경우 마산 댓거리, 합성동, 상남동은 알아도 창동은 잘 모른다. 대학가 근처가 아니라 접근성도 좋지 않고, 힘든 수고를 들여 방문할 만한 시설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동 기피 현상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마산 어시장 북쪽에 있는 작은 동네는 과거 ‘경남의 명동’이라 불리던 최대 번화가였다. 하지만 2000년대 마산 경제가 쇠퇴하면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도 뚝 끊겼다. 2010년 들어 창동은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직접 창동을 방문해 재정비된 골목 사이로 자리 잡은 ‘창동의 얼굴들’ 중에 청년들의 발길을 끌만한 곳들을 찾아봤다.

    댓거리·합성동·상남동은 알아도
    친구들이 창동은 잘 모르더라
    옛날 ‘경남의 명동’이라 불리던 곳
    20년 전 힙한 10대들의 핫플
    창동 구석구석엔 추억이 가득해

    학문당, 여기서 책 사면 성공한대
    고려당은 대표 빵 없이도 60년간 인기
    연극·영화 보고 오락실서 게임 한판 어때
    이국적인 식당·카페도 곳곳에 많아
    예술촌에선 전통공예 등 체험도 가능해
    다양한 전시·공연도 열리니 기억해둬

    창동의 한 골목.
    창동의 한 골목.

    ◇책 사고 빵 먹고 영화 보고= 현 시대 청년들은 옛 것에 대한 존경(리스펙)이 가장 많은 세대다. 레트로 돌풍은 뉴트로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창동에도 그때 그 감성을 간직한 장소들이 있다. 학문당은 1955년부터 창동에 자리 잡은 서점으로 현재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내부는 최신 베스트셀러부터 학습교재까지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마산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학창시절 ‘학문당에서 책을 사서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1959년부터 빵을 만들기 시작한 고려당은 이곳 명물이다. 점심때만 되면 고려당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곳은 빵 종류만 180여종에 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표 빵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추천하자면 꿀빵이 아닐까.

    책도 사고 빵도 먹었으니 이제 공연과 영화를 볼 차례다. 창동 골목 중앙에는 시민극장이 있다. 지난 4월 26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시민극장은 과거 청년들의 핫 플레이스였다. 지금은 그때의 추억이 담긴 영화 포스터와 함께 연극도 관람할 수 있다. 영화가 보고 싶다면 씨네아트리좀도 좋은 장소다. 경남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이색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추가로 창동에는 오래된 오락실이 있다. 펀치기계, 펌프, 뿌요뿌요 등 20년 전 10대들의 힙(hip)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1955년 창동에 자리 잡은 학문당은 현재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1955년 창동에 자리 잡은 학문당은 현재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26년 만에 다시 개관한 창동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옛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경남신문 DB/
    26년 만에 다시 개관한 창동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옛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경남신문 DB/

    ◇골목 곳곳 먹거리 세계 여행= 창동은 작은 여행지로도 불린다. 골목에는 각 나라 음식들 냄새가 풍긴다. 멕시코 타코,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 일본식 라멘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분식, 치킨, 국밥집 등도 있다. 창동이 소소한 여행지로 불리는 이유다.

    그중 리빙앤기빙은 뉴질랜드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브런치 카페다. 잔잔한 팝송과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이 카페의 특징이다. 창문 밖으로 눈을 돌리면 창동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볼 수 있다.

    부부는 이민 생활을 마치고 창동으로 돌아왔을 때는 지금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말한다. 부부는 “가게 앞이 더러워 무서운 느낌까지 들었다. 창동을 바꾸어보자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골목의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꽃을 심고 길가를 정돈하니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저희 뿐만 아니라 이곳 상인들 모두 새로운 창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 골목길은 빨리 지나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는 천천히 걷고 싶은 곳’이라고 말해준다”고 뿌듯해했다.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유리공예 공방 물글라스에 전시된 공예 작품.
    창동예술촌에 입주한 유리공예 공방 물글라스에 전시된 공예 작품.
    매일 아침 상인들이 골목의 쓰레기를 주으며 천천히 걷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은 창동 리빙앤기빙 카페 앞 골목.
    매일 아침 상인들이 골목의 쓰레기를 주으며 천천히 걷고 싶은 곳으로 자리 잡은 창동 리빙앤기빙 카페 앞 골목.

    ◇나도 예술 체험해 볼까= 창동예술촌은 창동의 상징이다. 이곳 골목 곳곳에는 예술촌에 입주한 작가들이 운영하는 공방이 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유리공예, 동양화, 서양화, 염색 등 다양한 예술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예술촌에서 한복을 대여해 골목에서 사진도 찍고 공방에서 체험을 하는 방문객들도 있다.

    2011년 예술촌에 입주해 유리공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물글라스의 정혜경 작가는 “창동예술촌에 체험을 하러 울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온다”고 했다. 창동예술촌만의 특색을 묻는 질문에는 “입주 작가들끼리 교류가 잘 된다. 원래는 순수작가로서 심오한 작품들만 만들었지만 다른 입주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전통 공예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자수나 나전칠기같은 전통적인 공예를 유리공예를 통해서 작품도 만들고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창동예술촌에는 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 공연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개촌 9주년 기념 재즈 페스티벌과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악 공연, 노래 공연 등이 열렸다. 창동 아트센터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 자유롭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1층 아트숍에서는 입주한 작가들의 작품 구매도 할 수 있다.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김경련 창동 활동가.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김경련 창동 활동가.

    [인터뷰] 김경년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창동 활동가
    “고요함과 정다움 공존하는 창동… 매력 포인트는 골목”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김경련(59) 활동가는 창동의 과거와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그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청년들에게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있는 골목을 거닐 때 진정한 창동의 멋을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활동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과거 우리나라는 도시를 구축하는 데에만 급급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래되고 낡은 원도심의 쇠퇴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 등장한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생겨난 직업이 바로 활동가이다. 활동가는 공공의 이익에 앞서며, 사업의 대상이 되는 도시의 주민에게 관련 교육을 주로 한다. 또한 타 도시로의 현장 답사로 사업을 통해 성공적인 변화를 일으킨 사례를 조사한다. 이를 직접 적용해 도시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오늘날 창동이 있기까지는?

    △초기의 창동은 마산의 가장 큰 번화가였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주변 도시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가게는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해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다행히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돼 죽어가던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어둡고, 더러웠던 거리가 이제는 밝고 생동감 있게 바뀌었다.

    -창동을 상징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창동의 매력 포인트는 ‘골목’이다. 골목은 도시의 생명을 뻗어놓은 실핏줄이다. 도시의 골목을 보면 역사와 문화, 분위기를 알 수 있다. 특히 창동은 조선시대에 창고가 위치한 동네라 역사가 깊다. 역사를 품은 창동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다른 골목과는 다르게 아기자기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청년들이 찾는 창동이 될 수 있을까?

    △창동에는 청년을 타깃으로 한 시설이 많지 않다. 창동예술촌에도 청년 예술가들이 발을 디딜 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젊은층의 발길을 끌 만한 시설 개선에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 달라.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네온사인 아래 북적북적한 도시보다 고요함과 정다움이 공존하는 창동은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창동은 나름대로 특색 있는 매력을 가진 동네다. 한 번쯤은 방문해봤으면 한다.

    글·사진= 경남대 구본은·박재하·정유정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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