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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어린이집 페이백 근절해야 (상) 왜 신고 못하나

교사 정보 공유돼 일자리 잃을까 ‘쉬쉬’

  • 기사입력 : 2021-06-27 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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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내에서 원장이 교사에게 지급한 월급과 수당을 다시 되돌려 받는 ‘불법 페이백(Pay Back)’이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 잡으면서 교사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본지 보도 이후 창원시가 페이백 근절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수립한 가운데, 페이백 요구를 당한 교사들이 그동안 신고하지 못했던 원인과 근절을 위한 대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019년 경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종일반(오전 9시~오후 6시) 교사로 계약하고 일을 시작한 A(50대)씨가 페이백 요구를 당하게 된 것은 원장의 제안 때문이었다. 첫 월급이 들어오기 직전 원장은 “어린이집 사정이 어려워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후 A씨는 근무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로 조정하자고 했다. 월급은 종일반 계약대로 들어왔지만 원장은 즉각 “일한 시간보다 월급이 더 많이 나갔으니 다시 돌려 달라”며 170여만원 월급 중 40만원에 대한 페이백을 요구했다. A씨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3개월 뒤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사정 어렵다” 근무시간 줄인 후 요구
    원장 간 정보공유로 신고 못하고
    불법성 인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사건 조사 땐 신고자 보호도 미흡

    2017년 경남의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종일반 교사로 일을 시작한 B(50대)씨도 첫 출근 날 원장으로부터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이고 페이백을 하겠다고 통보받았다. 페이백은 현금으로 이뤄져 B씨의 계좌에는 매달 130여만원이 입금됐지만 다시 원장에게 돌려주는 20여만원에 대한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다.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원장의 요구 안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당장 수입이 필요했던 데다, 원장의 뜻에 반발한 한 동료 교사가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년 뒤 일을 그만뒀다.

    C(40)씨도 자신이 다니던 도내 한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페이백 요구를 받았다. 이 어린이집은 교사뿐만 아니라 운전기사 등 직원들도 페이백 대상자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원장이 페이백을 요구하며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책상 서랍 등 장소를 지정해 직원들에게 현금 페이백을 자진 수납하도록 한 곳도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 따르면 페이백은 교사 임금에 대한 지원금이 없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주로 발생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시간을 줄인 후 ‘월급에 일하지 않은 시간이 포함돼 있으니 돌려 달라’며 페이백을 강요한다. 퇴사를 종용하다가 하루 2~4시간 근무로 계약 조건을 변경한 후 페이백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페이백은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특성상 재산 은닉이 가능하고, 재산 신고 시에도 사업체 소득이 아닌 인건비로 위장 처리할 수 있어 세금 탈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로 간주된다.

    어린이집 페이백 사실을 알린 A·B·C씨는 모두 어린이집 교사직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이들은 페이백을 ‘경제적 수탈 행위’라며 근절을 호소하면서도 현직 교사들이 페이백 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B씨는 “교사에 대한 정보가 원장 간에 공유되기 때문에 페이백 신고를 하면 다시는 이쪽 계통에서 종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주변 교사들이 거의 모두 페이백을 하고 있어 스스로 불법성을 인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어린이집 페이백에 대한 지자체의 적발 건수는 0건이다. 신고자 신변보호 제도도 미흡하다.

    퇴사 이후 해당 어린이집 페이백 사실을 신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했지만 조사 담당자가 조사하던 과정에서 신변이 노출됐다”며 “조사할 때 한 사람의 페이백 사건만을 수사하지 말고 어린이집 전체에 대해 수사해 신고자의 신변이 보호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창원시가 불법 페이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다른 지역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페이백 근절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준영·김용락 기자


    자료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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