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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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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책방을 연다는 것 - 손상민 (극작가)

  • 기사입력 : 2021-06-24 2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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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방을 열었다. 출판사를 차린 지 만 3년 만이다. 말이 ‘차렸다’지 실제로는 출판사신고필증이 없고 있고의 차이다. 나는 출판사를 차리고 나서도 의뢰가 들어오는 족족 글 작업을 계속하고, 스스로 작업을 찾아나서는 별반 다르지 않은 프리랜서 글쟁이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출판사를 신고하고 얻은 출판사 대표라는 직함은(물론 대표님이라는 부름에 화들짝 놀랄 만큼 대표라는 직함을 불러줄 만한 사람도 거의 없다) 스스로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부여했던 모양이다. ‘출판사를 차렸으니 책을 내야지’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두 아이의 태명을 따서 지은 출판사의 이름으로 네 권의 책이 나왔다. 감사하게도 이 중 세 권이 중앙과 지자체의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빛을 보게 된 책들이다.

    최근에 나온 인터뷰집 〈집현전 그때 그 사람들〉은 2020년 경남출판활성화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유신시대 말 전국적으로 생겨난 양서협동조합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긴 경남양서협동조합(다른 이름으로는 집현전)을 만든 이들의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저작이지만, 판매는 가장 저조하다.

    참고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제작지원사업은 선정작에 대해 제작 실비를 지원한다. 예컨대 편집·디자인비와 인쇄비 같은 항목들이다. 이때 책의 판매에 대해서는 당연히 출판사가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여차저차 출간까지는 했는데 판매가 되지 않았다면 출판사로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쯤 되니 ‘출판사를 차렸으니 책을 내야 한다’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안 팔리는 책들을 보다 못한 남편에게 이제는 팔리는 책을 내야 한다는 지청구도 듣는다. 책방 개점은 재고박스를 쌓아두기 위한 모종의 계략이라는 말에도 아니라는 항변을 하지 못한다. 때마침 국내 3대 대형서점 중 하나인 반디앤루니스가 경영악화로 폐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행처럼 생겨났던 동네 작은 서점들도 코로나 이후 하나둘 문을 닫는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책방을 열었다. 책방에 들여놓을 책들을 고심 끝에 선별한 다음 주문·매입하고 전시도 했다. 한 작가의 책을 출간 시기별로 전시해 놓고 나름 그 작가의 컬렉션 선반이라며 혼자 흐뭇해했다. 다만 책방을 지키지 못해 본격적인 책 판매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출판사와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아는 몇몇 작은 책방 사장님들도 책방 이외의 부업으로 책방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의 책방 이름은 ‘쓰는책방’이다. 쓰는 사람을 만드는/만나는 책방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책방의 책들도 글쓰기와 책쓰기에 영감을 주는 책들, 스토리텔링에 관련한 작법서들, 대본집 등으로 채워졌다. 모두 나를 작가로 이끈 스승과 같은 책들이다.

    읽지도 않는데 쓰자고 권하는 건 너무 앞서간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이 되는 일이 곧 읽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 믿고 싶다.

    출판사를 차렸을 때처럼 나는 다시 생각한다. 책방을 차렸으니 책을 소개해야 한다, 더구나 쓰는책방인 만큼 책을 쓰게 해야 한다고.

    곧 책모임, 책쓰기워크숍이 닻을 올린다. 이제야 진짜 책방 사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손상민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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