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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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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역언론이 대안이다-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 2021-06-22 20: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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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조간신문을 읽는 것이다. 요즘 누가 종이 신문을 보느냐 하겠지만 지역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종이 신문을 보는 게 유리하다. 처음 연구원에 왔을 때는 책상에 놓여 있는 신문이 거의 열 부가 넘었는데 이제는 우리 지역 신문과 경제지 정도만 본다. 대학 때는 하루에 신문을 네다섯 개씩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조선일보를, 등굣길에 경향신문을, 학교에서 한겨레를, 하굣길에 석간 중앙일보를 읽었다. 그때는 적어도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나 각각의 철학이 있었다. 무엇보다 언론사의 역할과 품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있었다.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지켜야할 선 같은 것이 취재 현장에서 선후배 사이에 교육(?)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권이다. ‘기레기’는 일반명사화되었고 몇몇 언론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듯한 보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적 극단화도 문제지만 언론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언론은 포털 서비스를 통한 유통 환경에 종속되었고, 동시에 개인도 유사 언론 역할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언론 환경은 접속자 전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동시에 가벼운 소재에 집착하다 보니 기성 언론도 낚시성 기사, 자극적인 프로보커터들의 SNS 받아쓰기, ‘카더라’ 인터넷 방송 베끼기 등 게으르고 부끄러울 일들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외국 정상과의 기자회견에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거나, 인류애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해외를 누비거나, 전문성을 갖춘 장기간의 탐사 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주목 받지 못하거나 아예 멸종되어가고 있다. 지금 많은 중앙언론이 정치적 야욕에 가득 찬 유사 정당의 역할과 원칙도 없는 야바위꾼 놀이에만 몰두할 뿐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언론에서 대안을 찾자고 제안하고 싶다. 여기서는 신문만 얘기해 보자. 지방지에 대한 폄훼는 오래된 것이지만 당장 우리 지역의 대표 신문 몇 개와 중앙지들을 펼쳐 놓고 비교해보자. 어느 것이 더 우리의 삶에 접근해 있는가, 어느 것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어느 신문이 나와 이웃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는가. 어느 신문에 사회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사주와 엘리트 기자들의 오만과 욕망이 가득한가를 찾아보자.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지라고 권위가 낮고 시야가 좁은 것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시카고트리뷴 등은 지역지면서 전국지이고 세계적인 신문들이다. 규모와 범위는 다를지라도 뛰어난 지역 신문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서 할 일들이 있다. 우선 지역 주민들이 지역 신문을 성장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엄격한 비판과 함께 재정적으로도 건강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 기관만 구독하는 언론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정부도 중앙언론에 대한 과도한 광고 지원을 줄이고 포털을 통한 언론 정보의 독과점적 유통에 개입해야 한다.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에 맞는 능력 있고 건강한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신문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기사 수준을 높이려는 끊임없는 노력은 물론이고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일정 규모를 갖춘 신문사는 부울경을 아우른 광역 신문으로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풀뿌리 언론과도 공동취재/기사나눔 등 상생 협력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한 지역 언론사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또 지역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내 언론인에 대한 대우에 최선을 다하고 지역의 미래 언론 인재들을 키우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끔찍한 언론 상황에서 중앙언론이 잃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지역언론이 되찾아오길 희망해본다.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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