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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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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83) 강변식비(强辯飾非)

- 억지로 변명하며 잘못을 꾸민다.

  • 기사입력 : 2021-06-08 0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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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있다.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세상의 모든 일은 결국 바르게 결론이 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확실히 믿고 있다.

    그러나 사실 아닌 것이 사실인 것처럼 되어 역사를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예로, 진시황(秦始皇)을 이야기하면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많이 죽인 폭군이라는 선입감이 든다. 진시황은 문자를 통일하고, 도량형기를 통일하고, 법을 제정하고, 도로를 내고, 수리시설을 정비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물론 진시황이 나쁜 점도 많지만, 진나라를 멸망시킨 한(漢)나라가 자기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진시황을 오랫동안 계속 매도해 온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폭군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고, 그 것이 역사의 진실로 남게 됐다. 이런 식으로 실제와 다르게 매도 당한 지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반면 실제 이상으로 잘 평가되어 대단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근대의 중국 문학가 노신(魯迅)이라는 사람이 그 경우다. 잘 모르는 모택동(毛澤東)이 극도로 높게 평가한 덕분에, 중국을 대표하는 대문호(大文豪) 대학자 대사상가가 되어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노신의 글의 특징은 신랄하게 비판 잘 하는 것인데, 모택동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

    연안(延安)의 지하동굴에서 투쟁하던 모택동이 상해에서 노신전집이 출판되었다는 정보를 듣고 곧 구입해서 탐독했다. 그 뒤 문화대혁명 동안에는 모택동 자신의 책과 노신의 책만 읽게 하고 나머지는 읽지 못하게 했다.

    노신은 학자는 아니고, 사상적으로도 내세울 사상이 없다. 그의 문장은 옛날 한문 문장도 아니고 현대 백화문(白話文)도 아니다. 일본에 유학한 관계로 일본어의 영향이 많이 배어 있다. 배배 꼬인 그의 문장의 상당 부분은 어느 누구도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

    처신에도 문제가 많은데, 본처는 고향에 버려두고, 제자를 실제 부인으로 데리고 살았다. 장개석 정권을 비난하면서도, 장개석이 북경대학 총장을 통해서 주는 지원금은 받았다.

    지금도 13억 중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노신을 노벨상 수상자급으로 존경하고 있고, 그의 작품은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있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사(志士)인 체하는 그의 날카로운 문장에 다 현혹된 것이다.

    검찰조사 때는 재판에서 다 밝히겠다고 약속했던 조국(曺國) 전 법무부장관이 정작 재판에서는 300회 이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여 한 마디도 안 했다. 그러던 그가 억울하다며 근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내었다. 그 책에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억지로 잘못을 변명하고, 지지세력에 감사를 표하여 규합하고,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을 비난하였다. 지지세력들이 불티나게 책을 사가 벌써 24쇄를 거듭했고, 13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자신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거짓이 영원히 역사의 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 强 : 강할 강. * 辯 : 말 잘할 변· 변 명할 변. * 飾 : 꾸밀 식. * 非 : 아닐 비·잘못할 비.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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