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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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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시간 도둑 - 권순희

  • 기사입력 : 2021-05-27 08:05:26
  •   

  • 우리 집 내 방에

    시간 도둑이 들었어요.


    컴퓨터 게임 조금 하는

    눈 깜짝하는 사이

    아 글쎄

    세 시간이나 슬쩍 훔쳐갔지 뭐예요.


    하지만

    더 놀랍고 얄미운 거는요


    우리 할머니 방에

    매일매일 몰래 찾아와

    몇 시간씩 화살보다 빠르게 훔쳐가는데

    할머니는 팔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못 잡았대요.


    ☞ 시간이 이 동시를 본다면 억울해하겠다. 세상에 시간만큼 공평한 게 어디 있다고.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어김없이 흘러가고 가난한 사람에게나 부자에게나 똑같이 흐르니, 시간만큼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 없다. 그런 시간더러 도둑이라 하니, 시간 입장에서는 펄쩍 뛸지 모르겠다.

    잠시 컴퓨터 게임을 했을 뿐인데 세 시간이나 가버렸다. 심지어 할머니는 팔십 평생 동안 이 시간 도둑에게 매일 당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 사실에 깜짝 놀란 아이의 마음이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이 시간 도둑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만 즐기면 시간을 쉽게 도둑맞게 되니 게임을 조금만 하면 시간을 덜 잃게 된다고 할까? 참으로 교육적인 해결 방안이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아이의 판단이 과장이나 오해인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금방 흘러가기도 하고 더디게 흐르기도 하는 것은, 과학적 진실은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흐르니 시간은 참 인정 없고 야속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 인정머리 없는 시간을 다독여서 저 혼자 앞서가지 않게 발을 잘 맞추는 수밖에. 시간에게 정성과 수고를 들여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얼마 전부터 내 방 벽시계가 늦게 간다. 제대로 맞춰놔도 5분이 늦어지더니 이제는 10분 늦게 간다. 벽시계를 내다버릴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내 시간을 10분이나 늘려주었으니 그냥 좀 너그럽게 살아볼 일이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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