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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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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제주 자리돔

가시 많은 자리에 칼슘 잘 날 없네

  • 기사입력 : 2021-05-21 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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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제주 바다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몸길이 10㎝ 내외의 작은 크기이지만 엄연히 ‘돔’자 항렬의 이름을 쓰는 자리돔이다.

    과거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춘궁기 제주 연안에 몰려든 자리돔은 도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입맛과 기력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제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서 갈치와 방어, 참조기와 함께 제주를 대표하는 특산물로 자리 잡은 자리돔은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자리돔은 보리 이삭이 여물어가는 음력 5월을 전후로 살이 오르고 알을 품으면서 가장 맛이 좋다.


    뼈째로 먹어 칼슘·철분 고스란히 섭취
    음력 5월 전후 살 오르고 알 품어 맛 최고

    작고 부드러운 것은 자리물회·자리강회로
    씨알 굵은 것은 바삭한 구이용으로 즐겨

    코로나로 보목자리돔축제 취소됐지만
    주산지 보목포구 등에 관광객 발길 잇따라

    자리돔.
    자리돔.
    자리돔 잡이.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이용해 자리돔을 잡고 있다.
    자리돔 잡이.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그물을 이용해 자리돔을 잡고 있다.

    ◇얕은 수심에 무리 지어 서식… 자리, 제리, 자돔 등 명칭도 다양= 자리돔은 제주에서 ‘자리’, ‘제리’, ‘자돔’이라 불리며 경남 통영에서는 ‘생이리’라고 불린다.

    달걀 모양의 비늘이 특징이며, 등 쪽은 회갈색, 배 쪽은 푸른빛이 나는 은색을 띤다. 특히 물 속에 있을 때는 등지느러미 가장 뒤쪽 아랫부분에 눈 크기의 흰색 반점이 있지만 물 밖으로 나오면 곧 없어진다.

    자리돔은 수심 2~15m 지점에 형성된 산호 주변이나 암초 지대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아열대성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자리돔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내는데 자리돔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평생을 한 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돔은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된다. 또 뼈째로 먹기 때문에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 섭취에 용이하고, 고단백질이라 성장기 아이들이나 환자에게도 좋다. 실제 자리돔과 관련해 ‘자리먹은 노인은 허리 굽은 사람이 없다’거나 ‘한여름 자리물회를 다섯 번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자리물회
    자리물회
    자리강회
    자리강회

    ◇그물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어획… 아침마다 항포구 북적= 자리돔은 따뜻한 날씨에 수면으로 떠오른 자리를 미리 펼쳐둔 그물을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잡는다. 그물은 물속에 넣었다 그대로 들어 올린다 해서 ‘자리들망’이라고 한다.

    자리돔의 서식지는 암초 지대로 그물로 훑거나 끌어당길 경우 그물이 암초에 걸려 찢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제주지역 속담 중에는 ‘자리 알 잘 밴 해 보리 풍년 든다’는 말이 있다. 보리 이삭이 나오는 무렵에 그물에 잡힌 자리돔의 뱃속에 알이 차 있는 정도를 보고 그해 보리의 결실이 좋을지 나쁠지를 예측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자리돔은 어판장을 통해 경매되지 않고 어민과 소비자 간 직거래 형식으로 판매된다.

    이에 자리돔 주산지인 서귀포시 보목동 포구와 대정읍 모슬포항에는 자리잡이 배가 입항하는 오전 9시를 전후해 어시장이 열려 자리를 구매하기 위한 상인과 도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자리돔은 먹이나 해류·유속 등의 바다 환경에 따라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대개 씨알이 굵은 것은 구이용으로, 작고 부드러운 것은 물회와 강회로 즐긴다.

    자리구이
    자리구이
    간장 양념으로 만든 자리조림.
    간장 양념으로 만든 자리조림.

    ◇물회, 구이, 강회, 조림… 다양한 자리돔 요리= 자리돔을 이용한 요리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리물회다. 과거 조업을 나간 어민들이 끼니때가 되면 자리돔을 뼈째 썰어 야채와 양념을 섞은 다음 물을 부어 먹다가 요리로 개발됐다.

    자리돔을 뼈째 썰어 된장과 식초로 양념하고 오이와 양파, 미나리, 부추, 깻잎 등 각종 채소에다 강렬한 향을 선사하는 재피(초피)를 넣은 물회는 입에 넣는 순간 된장의 구수함과 식초의 새콤한 맛, 재피의 향긋한 박하향, 기름진 육질과 채소의 아삭함, 뼈를 씹는 고소함이 함께 어우러지는 별미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고춧가루나 고추장으로 양념한 물회를 판매하는 식당이 많지만 제주 전통 방식은 된장과 식초만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에 보다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자리를 통째로 썰어 기름진 감칠맛과 함께 쫄깃하면서 오독오독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강회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극치를 보여주는 자리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생선조림과는 다르게 무 등의 채소를 넣지 않고 자리돔을 간장으로 양념한 후 바싹 졸여 만드는 자리조림 역시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힘든 제주만의 독특한 음식이다.

    채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국물은 적지만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첫맛과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감칠맛은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뚝딱하게 만드는 진미이다.

    대정읍 모슬포항. 자리돔 주산지 중 하나인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팔고 있다.
    대정읍 모슬포항. 자리돔 주산지 중 하나인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팔고 있다.

    ◇자리돔축제= 자리돔 조업은 매해 4월 중순부터 7월까지 이뤄진다. 서귀포시에서는 해마다 자리돔 주산지 중 하나인 서귀포시 보목포구 일원에서 자리돔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즐기고 고망낚시와 자리돔 맨손 잡기 등을 체험을 할 수 있는 ‘보목자리돔축제’를 개최해왔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제가 취소됐다.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자리돔 주산지인 보목포구나 대정읍 모슬포항 일대 식당에서는 매일 아침 구입한 싱싱한 자리돔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4년 문을 연 이후 27년째 운영하는 ‘어진이네횟집’을 비롯해 된장으로 간을 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돌하르방횟집’,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요리하는 ‘보목해녀의집’, 서귀포지역 맛집으로 알려진 ‘수눌음식당’ 등 유명 식당들은 점심시간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강정욱 모슬포수협 조합장은 “5월 들어 자리돔 어획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싱싱한 제철 자리를 마음껏 맛볼 수 있게 됐다”며 “시원한 자리물회 한 그릇 드시고 올여름 건강하게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일보 김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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