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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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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0)시즌Ⅱ 움직임 ⑤ 농사짓는 젊은이 모임 ‘함안인싸’

농촌서 ‘청년 자립’ 길 찾는 젊은 농부 인싸들

  • 기사입력 : 2021-05-20 08: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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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에서 청년들이 온전하게 자립할 때, 그것이 본보기가 되어 자연스레 지역에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을까. 경남에서는 함안인싸가 자립모델의 주도적 조직체가 되고 싶다” 함안군 법수면 윤내리에 자리 잡은 ‘헤이리치 타조농장’으로 이성주(38)씨를 찾아갔을 때, 그가 힘주어 한 말이다.

    ‘함안인사이드’를 줄인 말인 ‘함안인싸’는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 친구들이 모인 조직체다. 벼, 파프리카, 곶감, 한우농장, 타조농장 등 다양한 종류의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28세~42세 청년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서 일하던 성주씨 부부 귀농
    군민 도움 주고자 먼저 귀농한 젊은층 규합

    행안부 공모 참가 위해 청년농부 모임 결성
    1등상 차지하면서 다양한 시도 용기 얻어
    “직장생활 무기력감 딛고 열정으로 충만”

    발기인 10명 중 5명으로 지난달 창립총회
    “현장 목소리 정부정책 반영되도록 최선”


    함안인싸 멤버 타조농장 이성주씨(사진 왼쪽). /함안인싸/

    함안인싸 멤버 파프리카 농장 김보람씨. /함안인싸/

    함안인싸 멤버 한우농장 박진수씨. /함안인싸/

    ◇서울에서 함안으로= ‘함안인싸’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성주씨는 아내와 함께 2018년 4월에 함안에 정착했다. 성주씨는 서울의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최신 디지털 트렌드를 읽고 그 흐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귀농 전 8개월 동안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전국의 ‘촌’을 돌아다니며 농장 부지를 찾아 헤맸다. 부부가 함께 떠났던 남아공 여행에서 타조에 대한 가능성을 봤고, 생육환경이 까다롭지 않은 타조를 국내에서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뜻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여러 지역에 땅을 보러 다녔어요. 하지만 텃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상처를 받았죠. 그런데 함안군 주민들은 못 도와주셔서 안달이랄까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아 정착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타조와 관련된 관광, 체험, 제품생산, 유통까지 생각하고 있는 성주씨에게 대도시 접근이 쉬운 교통망을 갖춘 함안은 매력적이었다. 청년 귀농 정책자금을 이용했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타조 축사도 짓고 체험장도 마련했다. 현재 아프리칸 블랙종 타조 대여섯 마리가 농장을 뛰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얼마 전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본격적인 농장 개장은 한 달 정도 되었어요. 딱히 홍보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개장 전부터 많은 분이 찾아와주셔서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함안 청년 조직체인 '함안인싸'.
    함안인싸 멤버들이 각자의 일과를 끝내고 행복한 표정으로 정보교류의 시간을 갖고 있다./함안인싸/

    ◇친구를 만나고 네트워크를 만들다= 성주씨 부부는 정착 후 1년 정도 귀농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생활에 안정을 찾자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그리웠고, 귀농을 반겨주었던 함안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도모해보고 싶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함안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을 알아갔어요. 그러던 중 2019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모전을 접하고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해당 공모는 정부에서 각 지역 청년들의 공동체 결성과 그 활성화를 돕고자 만든 공모였다. 참여 조건이 최소 5명 이상 공동체였고, 성주씨는 묵묵히 농사를 짓고 있는 함안의 청년 농부들을 모아 ‘함안인싸’를 결성했다. 그 이후 더 많은 친구가 참여하면서 현재는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김보람(31)씨, 한우를 키우고 멜론 농장을 경영하는 박진수(27)씨, 육아 중인 이민정(41)씨, 곶감 농장을 하는 전지희(37)·이현주(41)씨 부부, 벼농사를 짓는 조정연(26)씨, 함안 N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차소연(41)씨, 타조농장을 하는 이성주(38)·허은경(41)씨 부부, 연근 농사를 짓는 황상우(32)씨, 쌀·고추 농사를 짓는 이초롱(26)씨 11명이 ‘함안인싸’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성취감을 맛보다= ‘함안인싸’는 그해 공모전에서 으뜸상을 차지했다. 1등이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성취였다.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공모전 입상을 하자, 뭔가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겠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모임 내부에서도 싹이 텄어요.”

    용기를 얻은 ‘함안인싸’는 같은 해 문체부에서 진행한 청년 인문 실험에도 참여했다. 도시 청년들을 함안으로 초대해 농촌 청년들과 함안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과정에서 성주씨는 도시와 농촌 지역 양쪽 청년들 제각각이 봉착할 수밖에 없는 ‘막막함’을 인지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뭔가를 할 여력 자체가 없었고, 스스로 뭔가를 찾아 열의를 쏟는 방법조차 몰랐어요. 지역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사회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청년 모두에게 어떤 구심점이, 어떤 통로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함안인싸 멤버 프리마켓 운영 차소연씨. /함안인싸/

    함안인싸 멤버 곶감농사 전지희·이현주씨 부부. /함안인싸/
    벼 농사를 짓는 이초롱씨.
    함안인싸 멤버 벼농사를 짓는 이초롱씨./함안인싸/

    ◇함안에는 청년이 있다= ‘함안인싸’는 비교적 가벼운 모임의 성격이 강한 공동체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자립할 방안들을 찾아간다는 지향점을 미리 공유하고, 참여와 탈퇴는 자율적이다.

    하지만 ‘지역 청년의 자립’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수행할 법인이 필요했다. 현재 ‘함안인싸’ 일부 구성원들은 함안군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함안 N 청년’이라는 이름의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상하고 있다. 10명 발기인 중 5명이 ‘함안인싸’ 멤버들로, 지난달 창립총회를 열었다.

    “귀농한 청년으로 살아보니,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나 경남도와 실제 이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각 지자체 사이에 온도 차와 입장 차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알게 되었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년 개인이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고, 이 사이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보하고, 가교역할을 하면서 함안지역 청년들의 소통창구의 기능할 수 있는 법인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함안군은 올해 밀양시와 함께 경남도가 주관하는 ‘청년친화도시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청년정책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사업으로, 서로 다른 여건을 가진 시·군이 지역 실정을 고려한 청년 정책을 발굴하면, 경남도가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성주씨와 친구들은 현재 이 사업에 ‘함안 N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역에서 스스로 서야 한다= 성주씨는 최근에는 ‘가치가야’라는 조직도 만들었다. ‘가치 있게 같이 가자’라는 뜻을 내포한 모임으로, 함안지역 12개 농가가 함께 스마트스토어 운영과 직거래 장터 유치 등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모임이다.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지역민들이 힘을 합쳤다.

    ‘가치가야’도 젊은 층이 주축이다. 12개 농가 중 7개 농가는 39세 미만 농부들이다. ‘가치가야’는 농진청이 주관한 ‘2020 강소농 자율모임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조금씩 구축한 판로 덕에 올해 수박 직거래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걸음마 단계지만, 성주씨는 여기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 내에서 성공사례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 그것이 구심이 되어서 바깥에서 이곳을 스스로 찾아와야지 않을까요. ‘자립’은 경제적 자립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계발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친구들과 이곳에서의 삶을 꾸려나가려 합니다.”

    ☞인싸= 영어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함안 청년 조직체인 '함안인싸'.
    함안인싸 멤버들이 각자의 일과를 끝내고 행복한 표정으로 정보교류의 시간을 갖고 있다./함안인싸/
    함안 청년 조직체인 '함안인싸'.
    함안 청년 조직체인 '함안인싸'.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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