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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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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고독 - 임선기

  • 기사입력 : 2021-05-13 0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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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고독은 셋

    둘은 썼고

    남은 고독이 고독하게 한다.

    멀어지게도 하고

    겨울 정원에 가보게도 하고

    투명도 들여다보게 한다.

    먼 곳에서 이사 와서

    고독은 고독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넘어서려 한다.

    그리하여 골짜기 같은 것을

    고독은 갖게 되지만

    원체 말이 없고 원래

    말이 없어서….

    고독은 회오리바람 같은 것이 나는지

    꽃잎도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남은 고독을 다 쓸 때는

    진정 고독할 것이다.


    ☞ 서점에서 몇 권의 시집을 뒤적거리다가 무엇에 이끌렸는지 시인의 ‘거의 블루’라는 시집을 사게 됐다. ‘좋은 시’라 불리는 대부분의 시편은 그 자체의 생명력으로 우리 주변을 떠돌지만, 시집 속의 모든 시편이 함께 존재해야 그 작가 고유의 우주를 느낄 수 있을 때가 있다.

    시인에게서 나직하게 듣는 ‘고독’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닳고 헤지도록 쓴 고독이라는 단어와 다르게 느껴진다. 왠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그 무엇으로 둔갑한 것 같다. 말의 근거란 유일무이한 의미만은 아니어서 추상화를 보는 것 같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것들을 내포한 질문이거나 삶의 화두처럼 전해진다.

    웃음소리 자자한 5월이면 더 고독한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남은 고독마저 모두 바닥나버린 이들의 진정한 고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유희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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