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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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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까만 기억- 장진화

  • 기사입력 : 2021-04-29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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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 먹을 때

    끊어 먹지 않는대

    그래야 오래 산다고


    아빠 하늘나라 보내고

    짜장면 먹다 떠올랐다


    내 짜장면 자르다

    아빠 것도 잘라줬던 생각


    왜 그랬을까?


    속이 까매졌다.


    ☞ 시를 읽고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났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를 아빠라 불렀다. 아빠는 면을 좋아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몇 달은 오로지 면만 드셨다. 봄날, 아빠를 모시고 창원대 안에 있는 와룡 주점에 갔다. 4월이면 벚꽃나무 아래의 자리는 인기가 좋아 학생들이 오기 전에 가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처음 갔을 때 아빠와 나는 칼국수를 한 그릇씩 시켰다. 벚꽃이 날릴 무렵 다시 갔을 때는 한 그릇을 둘이서 나눠 먹었다. 벚꽃이 진 후에 또 갔을 때, 아빠는 두어 젓가락밖에 못 드셨다. 나는 잘 삼키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면발을 잘게 잘라드렸다.

    죽음은 보편적인데 기억 속의 죽은 사람은 개별적이고 특별하다. 짜장면을 잘라주는 것은 흔한 일일 뿐인데, 아빠를 떠나보낸 기억 속의 짜장면은 새까맣게 애를 끊는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오는데, 가끔은 짜장면을 함께 먹던 기억이 우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말간 동심으로, 왜 그랬을까? 하고 말하는 화자. 단순하고 담담한 아이의 생각이 독자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사월이 간다. 꽃들이 지고 이제 푸른 잎의 계절이 오고 있다.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생명이 흙으로 돌아간 자리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 자라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모든 죽음이 세상의 이치 속에서 자연스러웠기를 바란다.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산 사람의 몫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자리에 꽃이 피고 잎이 돋아, 오월이면 무성해진 잎들이 생의 기억을 싱그럽게 할 것이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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