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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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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4-13 20: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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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값이 계속 내릴 것 같은 데다 1억원이 훨씬 넘는 은행대출금을 갚을 자신이 없네예.”

    2년 전쯤 나와 같은 임대아파트에서 살던 후배가 아파트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자신은 분양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 당시 나도 분양을 받으려면 1억원 가까운 돈을 대출 받아야 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난 이번 참에 내집을 갖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분양을 받았다. 그후 후배 가족은 살던 곳보다 좁은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분양을 받은 후 1년쯤 지나 아파트 가격이 올라 걱정을 조금은 덜었다. 그러나 현재의 가격도 내릴지 오를지 알 수 없으니 내 판단이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 알 수는 없다. 분양 결정을 할 당시 아파트값이 오를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면 후배의 선택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LH 직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신도시 개발계획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그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세종으로 이사를 오게 되니까 개를 둘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땅을 샀죠.” 지난달 KBS 보도를 보면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졌던 기관의 수장이 국가 산단 지정을 검토하기 두 달 전 산업단지 예정지와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개를 키우려고’ 5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땅 2400여㎡를 샀단다. 개를 키우려고 5억원이 넘는 땅을 산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8일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왜 후보를 내려고 하지? 서울·부산의 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원으로서 처음 드는 생각이 그랬다. 민주당·민주당원의 과오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에는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결정들은 공당으로서 바른 결정이었고, 이후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가 쉽지 않았다.’ 지역 민주당원이 적은 이 글에 ‘민주당원이 그런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라 생각했겄소’, ‘이제 와서 이런 글’, ‘입이 열 개라도 말하지 말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지난 9일 “기존 당헌·당규대로 4·7 재보궐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어느 정당이든 자신들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면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것도 내부적으로 정한 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후보를 내는 것을 상식적이지 않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는 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 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김광석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노랫말이다.

    노랫말은 상식적이지 않은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풍자한다. 땅투기하는 공공기관 직원, 5억원짜리 개집 짓는 사람, 약속을 팽개치는 정당, 이런 모습도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노랫말과 비슷한 듯하다.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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