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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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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빙의 승부는 촌에 있다

  • 기사입력 : 2021-04-08 21: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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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4·7재보선에서 의령이 보여준 ‘역동성’에 대한 개인적 평이다.

    역대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동시에 구속됐다는 점, 이렇게 공석이 된 군수재선거에 현역 도의원이 출마하고, 여기에 현역 군의원이 도전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3개 동시선거가 치러진 유일한 지역이 됐다는 점에서 의령은 도드라졌다.

    어쨌든 이러한 일련의 연쇄출마에 의해 의령군 정곡면, 지정면, 궁류면, 유곡면 4개 군민들은 새로운 군의원을 뽑아야만 했다. 선거인수 5384명, 이중 투표권을 행사한 군민은 3771명이었다.

    개표상황은 흥미진진했다. ‘정권심판’이니 ‘대선 전초전’이니 해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려 있을 때, 이 작디작은 4개면은 소리 없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개표 초반 국민의힘 차성길 후보가 무소속 윤병열 후보를 100표~200표 차이로 앞서가더니, 자정이 넘어서부터는 두 후보가 10표~50표의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했고, 자정을 훌쩍 넘겨 ‘14표’ 차로 윤 후보가 당선됐다. 지정면에서 온 투표함이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진정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승부였다고 한다면, 믿어줄 이가 있을까.

    윤병열 당선인은 앞서 두 번에 걸쳐 군의원에 출마해 낙선했다. 고향인 지정면에서 30년 동안 양상추와 수박 농사를 지으며 농사꾼으로 살았고, ‘농자재 값이 소득을 상회하기 때문에 군민들이 의령을 떠난다’는 판단 하에 이 문제를 타개해 보고자 군의원에 연이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군민들을 직접 만나 지역을 위해 하고싶은 일들을 말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그대로 돌려드린 것 뿐이다. 하루 1~2회 오는 시내버스 운행횟수를 장날만큼은 늘리고 싶다고, 마을회관에 작은 목욕탕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그 마음이 통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정권을 심판하고 대권의 향방을 정하는 거대담론 만큼이나 개별적 삶의 면면을 살펴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고안해낸 차선이 대의 민주주의라는 것. 의령군다선거구는 이것을 확인시킨다. 박빙의 승부는 서울이나 부산에 있지 않고 촌에 있다. 주민자치와 주민주권이라는 거창한 구호의 구체적인 현현(顯現) 또한 촌에 있다.

    김유경(광역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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