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09월 28일 (수)
전체메뉴

[작가칼럼] 소소한 일상이 주는 감동- 김정희(수필가)

  • 기사입력 : 2021-03-25 20:09:20
  •   

  • 우리는 크고 웅장한 것을 대할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광대한 자연경관이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면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반면에 작고 사소한 것들은 소외되거나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것이 공기라지만 공기 없이는 몇 분도 살 수 없음을 우리는 잊고 산다. 매일 숨 쉬고, 대화하고, 걷고, 나들이하고, 먹고 마시는 등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왔다. 이를 일깨워준 것이 코로나 감염병이다. 급기야 사소한 일상마저 통제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설상가상 경제난과 부동산 투기 등 온통 우울한 뉴스로 가득하다.

    그런 와중에 희소식이 들려온다. 독립영화로 제작된 ‘미나리’의 등장이 그것이다. 독립영화는 제작사나 투자자들의 자본과 지원 없이 만든 영화를 말한다. 다만, 독립자본이란 상대적인 개념으로 중소규모의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도 독립영화로 분류하기도 한다. 제작자의 의도가 우선시되는 영화로 주제와 형식, 제작방식 등에서 상업영화와 차별화된다고 한다.

    ‘미나리’ 외에도 잘 알려진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이 그런 영화에 속한다.

    ‘워낭소리’는 시골 노인과 늙은 소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것으로 싱거우리만치 단순하다. 눈요기가 될 만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재미나 뛰어난 연기력도 없다. 노인과 늙은 소의 걸음걸이만큼이나 느리고 투박한 시골의 일상이 있을 뿐이다. 더 빨리, 남을 앞질러, 무엇이든 성취하는 것이 사는 목표가 된 디지털 시대에, 촌로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약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이 ‘워낭소리’의 성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진정한 경쟁력은 감동에서 나온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무도하가의 첫 구절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도 비슷하다. 강원도 횡성의 시골 마을을 무대로 잉꼬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다. 여생을 함께 걸어가는 서로의 반려자로서 잔잔한 애정과 연민을 그렸다. 특별한 내용이나 극적인 요소도 없다. 그럼에도 430만 관객을 넘기며 역대 독립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시골 마을로 이민 간 한국인 가족의 정착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인 특유의 가족 간 끈끈한 유대와 소소한 일상을 차분하고 친근하게 그렸다. 한국의 이민사에 대한 기록영화의 성격도 있지만 포커스는 의도한 사상이나 목적 없이 소소한 일상에 맞춰져 있다. 화려한 결말이나 특별한 반전도 없다. 그러나 골든글로브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고 한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세계적인 감동을 준 것이다.

    크고 위대한 것만이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큰 사건이나 인물 중심인 역사의 이면에는 백성들의 잡초 같은 애환으로 직조된 질긴 바탕천이 있었음이다.

    장차 미나리의 흥행이 은근히 기대된다. 가족을 통하여 고난을 이겨내고자 하는 이 영화가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싶다. 움을 틔우는 봄비가 내린다. 해갈의 비에 미나리가 쑥쑥 자라 가족애와 인간성 회복을 위한 신선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정희(수필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