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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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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현대판 막걸리와 고무신-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3-08 1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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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7일 재보궐선거 주어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국민 모독이다. 전근대 사회에나 있을법한 권력형 성범죄가 귀책사유다. 대한민국 제1·2 도시, 그것도 여당 소속 단체장의 추잡한 일로 공석이 됐다. 지방자치 부활 30년 수준을 고작 이런 몰골로 만들었다. 선거비용은 시민 주머니를 털어 메운다. 서울 570억9900만원, 부산 253억3800만원이다. 선출직 낙마에 따른 재보선은 혈세 낭비와 유권자 모욕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성폭력 근절 등 젠더 이슈가 선거 축이 되리라고 입을 모았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봤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거 원인을 짚고 성찰하는 과정은 삭제됐다. 그 자리를 재난지원금과 가덕도 신공항이란 정치 공학이 채웠다.

    여당에 권력형 성범죄는 금기어다. 맹목적 진영 엄호만 급급하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호소인이라는 기상천외한 단어까지 들이대며 조롱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란 이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성(性)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 소속 단체장이 성 추문으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사태엔 입을 닫았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원전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등 민감한 이슈엔 침묵했다.

    한데 정권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는 현장까지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41일 앞두고 여권이 주도하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 국회에서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되지도 않은 시점이다. 가덕도에서 “가슴이 뛴다”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는 ‘진격 명령’으로 하달됐다. 정부 여당은 속도전에 돌입했다. 절차적 정의는 내팽개쳤다.

    가난한 국민은 막걸리 한 잔, 고무신 한 켤레와 표심을 바꾼 시절이 있었다. 이는 시대변화에 따라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됐다. 오늘날엔 포퓰리즘이 ‘진짜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을 농락한다.

    정부 여당은 약 20조원의 4차 재난지원금을 3월 말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1차 재난지원금보다 6조원이나 많다. 공교롭게도 4월 재보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4·15총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보상이란 명분의 재난지원금 ‘약발’은 선거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야당은 나라가 거덜난다고 호들갑이지만 어정쩡한 대응이 고작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도 사분오열, 부화뇌동이다. 엄밀하게는 이해관계 교집합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권의 영남권 갈라치기 전략은 주효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이리저리 찢겼다. 부산지역 절대적 찬성과는 달리 다수 경남의원은 가덕도 특별법 투표에 불참했다.

    유권자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혈세를 탕진하지만 선거가 만능이란 사실만큼은 확인했다. 재난지원금은 화수분처럼 샘솟고 수십년 숙원사업은 특별법에 ‘불가역적’으로 대못을 박았다. ‘현대판 막걸리와 고무신’은 국민 쌈짓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당당한 생색내기에 이르렀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알렉시 드 토크빌) 선출된 이를 보면 유권자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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