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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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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5주년 특집]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 소외에 대한 소회(所懷), 그리고 새로운 모색

정보·정책 ‘지역 홀대’… 위기 넘어 ‘지방 소멸’ 초읽기

  • 기사입력 : 2021-03-01 20: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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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마스다 히로야에 의해 제기된 ‘저출산·초고령시대의 지방자치단체 소멸론’이 우리에게 몰고 온 공포는 상당한 것이었다.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여기에는 도내 18개 시·군 중 12곳이 포함됐다. 무려 12곳! 그러니까, 경남은 소멸의 위험 속에 떨고 있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저출산이 불러온 문제인가? 과연 그러한가? 그게 아니라면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 그들은 왜 거기로 갔나? 우리는 왜 여기 남았는가? 떠나거나, 머문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가?

    ◇소외에 대한 소회(所懷):정보소외

    지난해 7월 부산·경남은 유례없는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은 지역민은 없었다. 24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는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같은 시각 정규 편성된 방송을 내보냈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재난 특보를 송출해 빈축을 샀다.

    지난해 침수돼 3명이 목숨을 잃은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새벽이 되어서야 재난 특보를 송출했다./부산경찰청/
    지난해 침수돼 3명이 목숨을 잃은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새벽이 되어서야 재난 특보를 송출했다./부산경찰청/

    지역을 향한 이 같은 ‘재난정보 소외’는 일종의 패턴처럼 반복되어 왔다. KBS는 2019년 4월 강원 산불 발생 당시에도 산림청이 국가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뒤인 오후 10시53분에서야 특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한반도를 관통했을 때 일부 언론들은 ‘큰 피해없이 지나갔다’고 보도했지만 같은 시각 울릉군은 사동항과 도동항 방파제가 유실되는 등 470억 규모의 피해를 봤다.

    재난정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정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은 분노했다. 서울에 비견한 재난상황이 발생했다면, 언론은 이를 하루 종일 집중보도했을 것이라는 ‘경험적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해 7월 부산 초량동 수해 발생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BS는 부산에서 수신료를 받지 말라’ ‘대한민국은 서울만이 도시입니까?’라는 청원이 속속 올라왔다.

    ◇소외에 대한 소회(所懷):정책소외

    여름철 재난정보로 소외감을 느껴야했던 지역민들은 겨울철에는 ‘정책소외’를 맛봐야 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정책은 시간 차를 두고 지역을 ‘공격’했다. 서울에서 경기권으로, 경기권에서 충청권으로까지 번진 풍선효과로 남해안 부근까지 내려온 외지인들은 지방 아파트값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창원시 의창구의 2020년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3억3191만원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도 지역 중에 가장 높았다. 직방에 따르면 창원시 의창구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지난 2017년(2억2363만원)과 비교해 3년 만에 1억829만원(48.4%)이 올랐다. 그래서 재산가치가 오른 지역민들이 즐거워했는가? 글쎄.

    가격급등은 ‘규제’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정부는 12·17대책을 통해 대산면을 제외한 의창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신축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던 북면과 동읍 지역민들은 분양가 회복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이 일대 아파트 곳곳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철회를 요청하는 방이 붙었고, 입주민들은 동·호수를 기록하고 서명을 했다. 경남도는 상반기 중 국토부에 의창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를 요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창원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수도권 집값 안정화 정책이 지방 집값 폭등에 영향을 끼쳤다./경남신문DB/
    창원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수도권 집값 안정화 정책이 지방 집값 폭등에 영향을 끼쳤다./경남신문DB/

    규제의 반사효과 또한 ‘지방에서 지방으로’ 번졌다. 규제 바깥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치솟은 것. 창원, 부산 등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자, 양산과 김해 등지 집값이 오르는 식이다. 여기에 지난달 정부가 2·4 주택공급 대책에서 내놓은 83만6000호 중에서 수도권과 대도시권을 제외한 지방에 해당하는 공급량은 2만7000호에 불과하다. 그렇다. 애먼 피해는 지역민들에게 돌고, 또 돌아온다.

    ◇떠나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청년

    경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수치를 나열하는 일은 그만하자. 지겨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왜 이동하는가? 이 문제를 다룬 연구들 또한 적지않다.

    경남연구원이 펴낸 ‘경남인구 구조변화와 청년이동에 따른 지역대응 방안’에 따르면 2021년, 바로 올해부터 도내 인구는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특히 청년층 역외유출이 가속화된다. 도내 인구 중 20~30대 비중이 2020년에는 24.4%지만, 2047년에는 13.7%로 줄어든다는 것이 경남연구원의 연구 결과다.


    이는 경남의 ‘역동성 저하’와 관련이 있다.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계나 조선, 금속가공 등 중후장대 산업이 주를 이루는 경남을 떠나 젊은층은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서울대학교 인구학연구실의 ‘경상남도 미래인구 맵 설계용역 최종보고서’에는 10년 뒤인 2030년 무렵에는 25~35세 여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감소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곧 2040년을 전후로 도내 영유아수 급감으로 이어진다.

    204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벚꽃 지는 순서대로 대학문을 닫는다’는 흉흉한 소문은 현실화되고 있다. 2021년 도내 주요 대학 정시모집을 살펴보면, 경쟁률이 3대 1을 넘은 학교는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 2곳뿐이었다. 학령 인구 감소라는 전국적 추세에,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도 맞물렸다. 이 같은 추세라면 3년 뒤엔 지방대학 3곳 중 1곳의 신입생 충원율이 7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청년의 이동을 가속화시킨 새로운 변인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코로나19.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 고용 리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3~4월 수도권 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작년 동기(1만2800명)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수도권 유입은 통상 1~2월 입학과 취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3~4월에는 급락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지난해에는 3~4월에도 유입세가 꺾이지 않았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젊은층이 몰린 것. 보고서는 ‘수도권 유입 인구의 75.5%가 20대’라는 슬픈 현실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다시 우리 동네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 남아 살고 있다. 간혹 어떤 이들은 여기로 오기도 한다. 다만 떠나는 자가 오는 자에 비해 압도적인 수를 기록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제 우리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적용하고자 한다. 우리 스스로 이 곳을 중심으로 구심(球心)이 될 수 없을까? 그 구심이 단단해질 때, 젊은이들은 다시 이 곳을 찾지 않을까? 이 자리가 중심이고 중앙이라면, 누가 누구를 소외시킨단 말인가?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는 청년층이 지역을 등지는 변인이기도 했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우리 동네’를 재인식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2020년 2월 20일, 도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가 14명으로 늘어난 23일 경상남도 대표 홈페이지는 먹통이 됐다. 도민 약 10만명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동시접속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경남도에 따르면 2019년 평균 1일 홈페이지 접속 건수는 6900건, 월 평균 21만건이었다. 하지만 2020년 대표 및 코로나19 홈페이지 합계 평균 1일 접속 건수는 6만7000건, 월 평균 201만건에 이르며 2019년 대비 10배가량 급증했다.

    이에 2021년 경남도 예산에는 과다 접속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홈페이지 시스템 보강사업’ 2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 같은 현상은 경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 각 시·도는 올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지역민들은 서울이 아닌 우리 동네 소식을 알고 싶어하고, 지방정부는 여기에 부응하면서 주민자치의 문이 ‘살짝’ 열린 셈이다.

    현재 경남도는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후 1시 반 도지사나 복지보건국장이 코로나19 상황을 직접 유튜브로 브리핑하고 있다. 도민들은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고, 다양한 제안 또한 가능하다. 이는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처럼, ‘우리 동네 일은 우리가 관장한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창간기획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는 지역 소멸의 공포 앞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힘을 지니기 위한 다양한 모색을 담는다. 이 도시가 저 도시의 인구를 뺏고 빼앗는 진부한 인구정책에 대한 회의, 지방에서도 대도시가 중소도시를 무시하는 소(小)지역주의에 대한 경계와 더불어 ‘지역이 주체가 되어 살만한 환경을 만들자’는 다소 원론적인 주장을, 그러나 역시 원론에 입각해,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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