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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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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2021 辛丑年 소 이야기- 양미경(수필가)

  • 기사입력 : 2021-02-04 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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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만큼 한국인과 친숙한 동물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반려견에게 그 자리를 내준 감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소는 한국인에겐 가족과도 다름없는 동물이다. 그래서 종종 소의 우직함과 강인함을 민족의 기질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계화 전의 농경사회에서 소는 전답 경작에 절대적인 노동력의 제공처였다. 논밭을 갈고 무거운 짐을 도맡아 나르면서도 새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먹이 투정도 않는다.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는 들판의 풀이나 뜯어다 먹이면 그만이고, 겨울엔 건초나 추수하고 남은 짚으로 소죽을 쑤어 먹이면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죽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인간에게 제공해주니 이 또한 눈물겨운 희생이다.

    그래선지 우리 민화엔 유독 소가 많이 등장한다. 소 그림 중에 조선시대 풍속화가 양기훈의 ‘밭갈이’가 유명한데 그림 왼쪽 상단에 뇌경(牢耕)이라 쓰여 있다. ‘소 밭갈이’라는 얘기이겠다. 거무튀튀한 소가 쟁기를 끄는데 등뼈의 굴곡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지고 다리의 부푼 근육은 소가 있는 힘을 다하여 쟁기를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쟁기를 잡은 상투 튼 사내의 발은 땅속에 박혀 있고 팔뚝과 허벅지 또한 근육질이다. 그림이지만 소나 사람이 고단한 밭갈이에서 땀내가 확 와 풍기는 것 같다. 단원 김홍도의 소 그림 ‘논갈이(耕畓)’엔 두 마리의 소와 세 사람의 농부가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소를 모티프로 한 경작 그림이 많았다. 조선 중기 김식은 ‘고목우도(古木牛圖)’를 비롯한 소 그림을 자주 그렸다. 그 시기의 소 그림은 거의가 김식의 그림으로 보면 맞을 정도다. 근대화가로는 단연 이중섭의 대표작 ‘흰 소’가 유명하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근육질의 몸뚱이와 강인한 생명력을 흰 소를 통해 읽을 수 있다. 열강들에 둘러싸여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기백과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강하다는 것은 위험하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며 이를 스스로 단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의 엄중한 상황에서 어렵지만 한 가닥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이 환란을 견뎌내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얼음 위를 걷듯 하루하루를 버텨 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백신도 개발되고 곧 접종될 것이라는 희망도 생겼다.

    인류 최초의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도 라틴어 암소(vacca)에서 유래한 말이다. 1790년대, 영국 시골마을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라는 젊은 의사는 소젖을 짜는 여인들에게서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을 발견했다. 제너는 소젖 짜는 여인에게서 얻어낸 물질을 자기 집 정원사의 아들에게 투여한 결과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과 영구 항체가 형성된 것을 알아냈다. 그 뒤 세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vaccine’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공식화된 것이다.

    신축년(辛丑年)은 우리 민족의 상징인 ‘백의’와 일맥상통한 ‘흰 소’의 해다. 이는 수없이 많은 고난의 시련을 헤쳐 온 강인함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읽은 말로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신축년 흰 소의 해에 우리 모두는 환란 극복의 최전방에서 각자의 희망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될 것임을 믿는다.

    양미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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