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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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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맹탕’청문회… 임명강행-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2-01 19: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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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초롱꽃 꽃다발을 임명장과 함께 줬다. 꽃말은 ‘정의’다. 정의사회 구현 당부를 의미한다는 청와대 설명이다. 박범계는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임명된 27번째 장관급 인사다. 문 대통령은 박범계에게 ‘운명적 과업’이라고 했다. 국회 동의 과정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어차피 밀어붙였다는 뉘앙스다. 전임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예 국회 청문보고서조차 없었다. 초롱꽃 ‘정의’는 박범계 임명과정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는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야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시생 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특수폭행·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하지만 여당 거부로 증인도 참고인도 없는 ‘맹탕 청문회’를 거쳤다.

    현 정부 야당 패싱은 ‘역대급’ 수준이다. 인사청문회가 국무위원까지 확대된 2005년부터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다. 인사청문회 본질은 퇴색하고 요식절차로 전락했다. 무기력한 야당은 ‘한방’을 벼른다. 여당은 대통령 의중 엄호에 사력을 집중한다. 후보자는 곤란한 질문엔 ‘죄송하다’며 하루만 버티면 ‘가문의 영광’ 자리에 앉는다. 청문회장 좌석 배치부터 갈등을 조장한다. 정작 묻고 답을 들어야 할 후보자는 옆자리에 비켜있다. 여야는 애초 싸울 작정으로 눈을 부라리고 마주한다. 야당이 공세를 펴면 후보자보다 여당이 더 빨리 반응한다. 고성과 막말에 이전투구의 대활극이 펼쳐진다. 과거 들추기와 정쟁만 있을 뿐 미래 비전제시는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행정부 견제 장치다. 고위 공직 후보자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검증하는 절차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0년 6월 도입됐다.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운용은 수준 이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6월 “야당을 무시하고 총리 인준을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오만과 불통에 분노한다”고 했다. 이젠 그 전철을 밟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국무위원 48명 중 최근 지명된 인사까지 합쳐 18명(37.5%)이 임명 당시 현역 의원 신분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각 10명, 박근혜 정부 11명보다 많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대통령제 기본원칙인 삼권분립 훼손이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하는 이원화 방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후보자가 투기, 탈세,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의 도덕적 문제를 노출했다. 도덕성을 비공개로 진행하면 이런 내용은 가려진다. 여기에다 정권 향배에 따라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어 수정안 통과는 단언하기 어렵다. 미국은 청문 기간만 평균 9주다. 탈세와 범죄 경력 등 230여 개 항목에 대해 3개월 이상 사전검증을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한 후보자에 대해 정책과 능력 위주의 청문회가 이뤄진다.

    3일부터 중소벤처기업부 등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전문성 부족, 회전문 인사 등 ‘부질없는’ 소모적 논쟁이 한창이다. ‘기승전 임명강행’일 텐데 굳이….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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