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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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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 기사입력 : 2021-01-17 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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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엔 투표해서 줄이지 않기로 했는데, 이번엔 갑자기 줄인다고 하네요. 이런 건 어디에 말해야 하나요?”

    자신을 창원시 성산구의 A아파트 입주민이라고 소개한 B씨. 그는 2년 전 기자가 썼던 기사를 첨부한 이메일을 2년이 지난 뒤 기자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9년 초 A아파트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 감원에 대해 찬반을 묻는 입주민 투표를 진행한 적 있다. 당시 60%가 넘는 가구가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 결과 약 80% 가구는 경비원 감원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가족같은 분들을 왜 줄이려 하느냐’는 입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고, 투표 결과에 따라 경비원들은 고용을 보장받을 수도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월 초,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취재 결과 경비원을 이달에 줄이기로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알아서 일을 그만뒀으면 했는데 안 나가셔서…”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경비원 3분의 2가 70세가 넘는 고령인데 그중에서도 이달 말에 계약을 해지하게 된 분들은 가장 나이가 많다”고 했다.

    이 아파트뿐이겠는가. 지난해 10월에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창원의 또 다른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 근무하던 경비원들이 다른 전문경비업체에 밀려 실직한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한 경비원은 “우리는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파리목숨이다”고 허탈해했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직접 고용이 이뤄지지 않아 해고가 쉽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남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발표한 ‘2020 경남지역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노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직고용은 12.6%에 그쳤다.

    2년 전 A아파트 입주민대표회장은 기자에게 “투표로 경비원 감원을 막은 입주민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2년 후 이 아파트는 고령 경비노동자들을 줄인 빈 자리를 남은 고령 경비노동자들이 조금씩 더 일을 해 메울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도영진(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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