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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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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중과 배웅-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12-29 2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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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중’과 ‘배웅’은 일상에서 많이 쓰는 순우리말이다. 마중이라는 말은 먼저 반가운 앞모습이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설렘이 다가온다. 나가서 맞이한다는 것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즐거움이다. 간혹 영접까지 해야 하는 업무적인 마중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삶의 윤활유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고상한 비유를 하지 않아도 격식에서 벗어난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배웅이라는 말은 애틋한 뒷모습이다. 이별의 슬픔에 눈시울이 붉어져 가는 절절함이 있다.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아픔이다. 비록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만날 약속이 있을지라도 이 순간은 고통이다. 한번쯤 뒤돌아볼 것 같은 기대감에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좀처럼 발을 뗄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집앞 어귀를 돌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야속함이 있을지라도 격식을 차려 전송(餞送)하는 것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2020년 경자년도 저물어간다. 애틋함과 반가움, 뒷모습과 앞모습이 교차하는 연말연시다. 대개 이맘때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아쉬워하며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는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올해는 아쉬움보다는 하루빨리 경자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애틋한 배웅이 아니라 밀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코로나19 창궐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촌은 쑥대밭이 됐고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2020년 경자년을 아쉬워 하겠는가. 더욱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데도 ‘마스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 대한민국은 ‘정치적 역병’까지 창궐해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조국사태’에 이어 ‘윤석열-추미애사태’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좌파-우파, 진보-보수에 세대, 지역까지도 쪼개져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 위기상황인데도 정치 갈등이 증폭되면서 방역조차도 정치화되어 버렸다.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듯 ‘정치적 역병’은 퍼져 나갔고 분열과 갈등을 잠재울 특효약도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되어 버렸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외면해서도 안되겠다.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주인공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주권이 정치적 역병을 물리칠 백신이요, 치료제이다. 국민주권은 국가의 의사결정이 종국적으로 국민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한 나라는 국민 스스로가 자신이 주인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민의 회초리가 얼마나 매서운지 정치권이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갈수록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전염이 될지 알 수도 없는 불안한 연말이지만 다시 한번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중요한 때이다. 우리가 주인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파사현정(破邪顯正·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불교 용어)’의 자세로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

    내년에는 백신과 치료제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정치적 역병’도 물리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정치적 역량도 향상됐으면 한다. 그런 기대감으로 경자년을 배웅하고 신축년을 마중나간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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