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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전조(前兆) 없는 ‘레임덕’은 없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2-28 2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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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下山)에 비유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에 하산은 없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다.” 2007년 3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취임식에서 비서실 기강을 다잡았다. 노무현 정부 임기 1년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퇴임 1년여를 앞둔 ‘대통령 문재인’의 심경도 마찬가지일 테다. 하지만 현실은 얄궂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은 숙명처럼 다가온다. 대통령 지지율은 숫자 그 이상의 의미다. 국정운영 추동력이다. 박근혜 정부 지지율은 집권 3년차 4분기까지 43%를 지켰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4년차 4분기에는 12%까지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4년차 2~4분기 30%대에 이어 5년차 20%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노무현 정부는 4년차 내내 지지율 10%대에 머물렀다.(한국갤럽) ‘촛불혁명’ 무동을 타고 고공행진하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 곤두박질도 예외는 아니다. 마지노선으로 간주했던 40%대 ‘콘크리트 둑’은 무너졌다. 4·15 총선에서 범여권에 180석을 안겼던 민심은 등을 돌렸다.

    모든 일엔 전조(前兆)가 있다. 사전 경고를 무시하면 파멸로 치닫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벌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아귀다툼 등은 국민 부아를 돋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법치주의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할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법의 지배 원리를 무너뜨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2300여 년 전 권력을 업고 불의를 휘두르는 이들을 단죄했다. “인간은 완성됐을 때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무장한 불의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윤석열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잡은 ‘칼잡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 호기를 높이 사 발탁한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팔다리를 묶기 위해 투입한 추미애는 역부족이었다. ‘추다르크’란 별명처럼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조급하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치밀함을 간과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완수했다며 호기를 부렸지만, 자신의 목만 베는 우를 범했다. 독기를 품고 기사회생한 윤석열에게 여당 일각은 탄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라임·옵티머스 사태, 울산시장 하명 사건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권력형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렸다. 내년 보궐선거와 다음 해 대선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검찰 개혁 당위와 명분은 매장됐다. 추미애-윤석열의 막장 드라마만 남았다. 윤석열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내상도 깊다. 법원이 징계 효력 중단을 결정하자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법원이 자녀 입시 비리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한 것도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에 결박당한 경기침체에도 이전투구만 벌이는 정치판에 국민은 진저리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은 쳐다보지도 못할 꿈이 됐다. 아우성은 북악산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닿지 못했다. 민심에 귀를 닫고 버틴 정권은 없다. 지지율 폭락은 레임덕의 선행 지표다. 한편으론 민심이 주는 마지막 기회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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