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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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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허철호(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12-22 19: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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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합니다. 장거리 이동시 반드시 회사에 사전통보 부탁드립니다.’

    예년 같으면 각종 모임 등으로 분주했을 연말이 너무 조용하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몰랐다. 마스크는 이제 실내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꼭 써야 하는 필수품이 됐다. 거리를 걸을 때도 저 멀리 사람이 보이면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방향을 바꾸는 등 애를 쓴다. “정상 체온입니다.” 회사에서도 매일 발열측정기 앞에 서서 정상 체온임을 확인 받아야 한다.

    2020년 올해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버렸다. 단체회식은 생각도 못하게 만들었고, 술집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술자리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강제적으로 사라졌다. 최근에는 직장 동료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과 만난 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한 차에서 밤을 새웠다는 얘기도 들었다. 다행히 동료와 접촉한 이가 다음 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가 내 주변까지 왔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다.

    ‘하늘 아래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일입니다~.’ ‘더 새디스트 싱(The Saddest Thing)’이란 팝송의 노랫말 앞부분이다. 지난 1973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멜라니 사프카의 애절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큰 인기를 끌었다. 노랫말 중 사랑하는 사람은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을 다시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슬픔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9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의 상사(喪事)를 입은 슬픔을 말하는 ‘천붕(天崩·하늘이 무너지다)’이란 말을 실감했다. 나를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오래 전 한 선배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 후 나와 만나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돌아가셔서 이젠 자신이 고아’라던,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 말이 이해가 됐다. 당시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와 나를 위로해준 이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 지인의 부모님상에는 가능하면 참석을 하려 한다.

    코로나19는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지인들 부모님의 부음 소식이 전해지면 장례식장에 가야 하나를 고민한다. 최근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장을 찾지 못했다.

    상주측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은 정중히 사양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고 미리 알려오면 문자메시지 등으로 위로를 하고, 조의금은 계좌로 송금한다.

    더 새디스트 싱 노랫말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사람과 말없이 헤어지는 것이 가장 슬픈 이별’이다. 연인 간에 말없이 헤어지는 이별도 슬픈 일이지만 세상을 떠나는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도 무척 마음 아픈 일이다. 언제쯤이면 장례식장을 찾아 세상을 떠나는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새해 2021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와의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허철호(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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