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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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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의약분업과 초등돌봄 갈등- 김호철(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12-09 20: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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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투약하는 제도. 의약분업이 기억난다. 의약분업을 시행한 2000년 7월 이전에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아니고서야 병원을 갈 일은 없었다.

    의약분업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 1990년대까지 계속 논의가 반복돼 왔었다. 심각한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사 측은 약국의 전문의약품 판매 금지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해 약사 측은 의약분업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의료기관과 약국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의약분업은 현실성이 부족해 실현되지 않았다. 의사와 약사 양측 모두 의약품 오남용 방지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결국은 의사와 약사 간 밥그릇 싸움이었다.

    그러다 의약분업은 약국의 경영난으로 급하게 추진됐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병원들은 의약품 가격 경쟁에서 약국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약국은 당시 절반 가까이 휴업 상황이었고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한약조제를 시작하면서 한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샀다. 약사와 한의사 충돌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결국 1994년 의약분업을 위한 약사법이 개정돼 6년 후 의약분업이 시행됐다.

    우리나라 의약분업은 강제로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리한 ‘미완의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의약분업은 체계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급한 불부터 끈다’는 식으로 도입된 봉합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지난 6월 5일 국회에 발의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촉발된 돌봄교실 문제는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갈등으로 번졌다. 특별법은 초등돌봄 업무를 지자체에 이관하는 것으로, 교사는 환영하고 돌봄전담사들은 반대하고 있다. 두 집단 간의 갈등은 초등돌봄이 교육이냐 보육이냐 논란으로 확산됐다.

    초등돌봄이 교육인지, 보육인지 분간하고 관리주체를 규정하는 것이 갈등의 본질은 아닌 듯하다. 교육과 보육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잣대도 없다. 교육이 보육을 품고 있고, 보육이 교육을 품고 있는 셈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한 라디오에서 “교원 업무경감과 돌봄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은 갈등을 야기할 뿐”이라며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 갈등은 지난 7일 긴급 간담회를 통한 온종일돌봄특별법 처리를 유보하기로 합의하면서 잠시 소강상태다.

    초등돌봄 전담사 파업의 본질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경남의 경우 돌봄전담사는 2019년 3월부터 1일 4.5시간 월급제 또는 1일 6시간 월급제로 모두 전환됐다. 현재 889명이 365일 상시 시간제 월급제로 근무하고 있다. 통상적 직장인 1일 8시간 전일제보다 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초등돌봄을 교육과 보육으로 강제로 이분하는 것은 자칫 의약분업처럼 미완의 제도로 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근거 법 없이 마냥 두는 것도 애매하다. 이는 향후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초등돌봄이 교육이든 보육이든, 지자체로 이관하든 교육청서 계속 관리하든, 논리 싸움보다 어떻게 하면 함께 비슷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방법을 찾기 위한 양보가 우선 필요한 문제다.

    김호철(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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