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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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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삶이 예술이다 - 허철호 (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11-23 21: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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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세상이 그림이고 그 속에서 산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월 어느 날 창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잎이 지고 가지만 남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배경으로 회오리바람 모양의 구름이 떠 있는 풍경을 보고 그렇게 느꼈다. 최근에도 아름다운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이 작품의 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경남도립미술관에 갔었다. 그곳엔 관람객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작가도 없고 작품명도 없는 전시. 지역 청년단체들이 직접 자신들의 삶을 전시하는 ‘살어리 살어리랏다: 별유천지’라는 전시였다.

    전시의 주인공은 도내에서 활동하는 4개 단체다.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죽어가는 도시를 청년들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동네 유휴공간 활용 등으로 마을을 디자인하는 거제의 ‘공유를 위한 창조’, 도시양봉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과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위해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는 양산의 ‘비컴프렌즈’, 시골마을의 버려진 돌창고를 활용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남해 ‘돌창고프로젝트’,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전환을 꿈꾸는 청년 농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남해의 ‘팜프라’. 이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담은 다양한 기록물과 설치물, 이미지 등을 전시했다.

    전시와 관련해 “별유천지 참가 단체들의 삶 자체가 네트워킹 아트라고 본다”는 학예사의 설명처럼 이 전시에서 보여주려는 건 ‘삶이 예술이다’라는 것이지 싶다.

    예술은 사전에 세 가지 뜻이 적혀 있다.

    첫째는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둘째는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세 번째는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특히 세 번째 뜻의 예문으로 ‘그의 운전 솜씨는 거의 예술이다’, ‘우리 어머니 음식 솜씨는 기가 막힌 예술이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고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예술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성을 들여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도, 색다른 옷을 입는 것도, 숙련된 기술로 일을 하는 것과 그 노력으로 만들어진 제품들도 다 예술인 듯하다.

    지역 축제나 콘서트의 공연 장면은 물론이고,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떼창을 하는 모습과 그 소리, 그리고 운동 선수들의 경기 장면과 관중들이 함께 율동과 노래를 하며 응원하는 것도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외에도 마트에서 수십 개의 연결된 카트들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는 직원, 3초에 한 개꼴로 빨리 굴을 까는 아주머니, 반죽을 판에다 던져 신기하게 꽈배기를 만들어내는 시장 상인 등 이른바 생활의 달인들도 뛰어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평가에 따라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두 예술적인 가치를 가진 작업이다.

    코로나19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무대에선 매순간 예술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늘은 어디에서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웃게 하는 작품이면 더 좋겠는데.

    허철호 (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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