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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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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뭔가 모르게 과도기 같은 이 느낌”-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11-11 2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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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이들이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 같다. 부자로 태어나 더 큰 부자로 살면서 누구나와 같이 생을 마감했으니 그 행장을 두고 이런저런 반추과정이 없을 수가 없다. 그것도 한국경제사에 큰 흔적을 남긴 삶이니 말이다.

    이건희 회장의 뉴스를 되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지난 2002년 5월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이 회장은 당시 그 자리서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세계 일류기업의 반열에 오른 대기업의 총수가 등에서 식은땀나는 얘기를 했으니 듣는 이들이 체감했을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이 회장의 걱정은 주변의 많은 경쟁업체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됐을 수 있다.

    소위 ‘잘나갈 때’ 최악의 미래 상황을 고민하는 모습은 기업을 경영하지 않는 많은 분야의 이들에게도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회장은 한 술 더 떠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며 묵은 의식의 타파를 외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충격요법은 기업 전반에 적잖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혁신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뼈를 깎는 변화의 몸부림을 쳤다. 많은 기업들이 흥하고 많은 기업들은 수면 아래로 침강했다. 기업의 흥망은 마치 장거리 레이스를 벌이는 각축장과 같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완주하거나, 포기하거나 하는 건 상사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기업은 주역이 되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사회의 암이 되기도 한다.

    회고해 보면 지난 2000년대 초만 해도 우리 경제에는 하나의 프레임이 있었던 것같다. 혁신이나 도전, 글로벌, 초일류와 같은 숨가쁜 구호 아래서는 뭔가 모를 용틀임도 느껴졌다. 기업들을 방문할 때마다 딱히 꼬집을 수 없지만 살아 숨 쉬는 무엇이 있는 것 같은 공명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느낌들은 아주 무디게 다가온다. 당시와 같은 치열함과 숨 가쁨은 상대적으로 덜한 느낌이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부동산 등 단편에 초점을 둔 시책비판과 방어논리 마련에 급급한 듯 한 장면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뉴딜’로 포장된 장밋빛 청사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확 잡히는 것은 없다.

    한때 경남도도 미래 50년 먹거리를 만들 것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각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과 지역, 권역과 권역이 상생하며 지속할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든다는 것이 당시 정책입안의 취지였다. 시간을 거슬러 이를 반추해 보면 그 중 무엇이 이뤄지고 무엇이 무산됐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자치단체장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 긴 호흡이 필요한 것은 대부분 언제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 기억도 가물가물한 게 많다. 전임 자치단체장이 연임하지 못할 경우 곧장 휴지통으로 던져진 것도 많다. 치적은 오로지 나의 것만이 되어야 한다는 편협한 의식에서 비롯된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이 온통 뒤숭숭하다.

    퇴직한 지가 10년도 더 지난 한 선배가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것처럼 과도기다. “언제 우리가 과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그 선배의 얘기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지금이 그 시기인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뭔가 모르게 과도기 같은 현실. 이게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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