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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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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52) 수성지난(守成之難)

-이루어 놓은 것을 지키기의 어려움

  • 기사입력 : 2020-11-03 07: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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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당(唐)나라 태종(太宗)이 신하들에게 “나라를 새로 세우기(創業)가 어렵겠소? 세운 나라를 지키기(守成)가 어렵겠소?”라고 물었다.

    방현령(房玄齡)이 “나라를 새로 세우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했고, 위징(魏徵)은 “지키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태종은 이렇게 해석했다. “방현령은 나하고 같이 천하를 얻느라고 백번 죽을 고비를 넘겨 살아났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요. 위징은 나와 함께 천하를 안정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늘 교만과 사치는 부귀함에서 생겨나고 재앙과 난리는 소홀히 하는 데서 생겨날까 두려워하여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창업도 어렵고 수성도 어렵다. 그러나 창업은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지만, 수성은 장기간 해나가야 하고 한순간만 잘못해도 앞에 잘한 공이 다 사라져 버린다.

    1987년 삼성(三星)그룹의 창업주 이병철(李秉喆) 회장이 별세했을 때 국민들은 “새파란 이건희(李健熙)가 삼성그룹을 이끌어나가겠느냐?”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30여년 동안 재산규모 350배가 늘어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30여 번의 선택에서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반도체, 스마트폰 등 세계 1등 제품이 20개, 우리나라 수출물량의 25%, 국가총생산량의 25%를 차지하니, 대한민국 경제가 삼성이 아니면 지탱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을 거의 존경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회장은 특이한 발상을 몇 배로 하는 사람인 것 같다. 1997년 동아일보에 ‘21세기 앞에서, 퇴계학(退溪學)의 재조명’이란 글을 투고했는데, 요지는 이러하다.

    “퇴계 이황(李滉) 선생이 전국에 큰 길을 동서로 5개, 남북으로 3개 만들 것을 건의했다. 큰 길을 내면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기 쉽다고 대신들이 극력 반대했다. 만약 퇴계의 말대로 했더라면 도로공사에 쓰는 장비 제작 때문에 제철업이 발달했을 것이고, 그러면 무기가 발달하여 임진왜란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농기구가 발달하여 영농기술도 발전하였을 것이고, 나아가 제조업, 운송업, 목축업, 수의학, 생물학, 저장기술 등등이 발전했을 것이다. 퇴계학은 이렇게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실용학문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좋은 것은 모르고 자꾸 외국 것만 찾으려고 한다.”

    퇴계의 글을 늘 읽은 필자 같은 사람이 꿈에도 못할 발상을 다방면으로 하였다. 수성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선대에서 닦아놓은 터에 대단한 건설을 한 이건희 회장이 세계 1등이 된 것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6년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은 남의 좋은 점을 배우고, 남의 나쁜 점은 반대로 배우면, 모두가 자기 스승이 될 수 있다.

    * 守 : 지킬 수. * 成 : 이룰 성.

    * 之 : 갈 지. …의 지.

    * 難 : 어려울 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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