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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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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4) 함안 이수정

화가도 물감도 담지 못하는 바람의 자화상

  • 기사입력 : 2020-11-02 21: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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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이 세필로 그린 바람의 자화상


    까칠한 맨살의 바람

    저 질감은 필시

    화가의 솜씨가 아니다


    수시로 변하는 풍광도

    괴산재 앞마당 뒹구는 낙엽도

    물감의 혈색이 아니다


    숙성 잘된 수정과

    계절에 젖 물린 이수정

    무진한 저 맛도

    사람의 입맛이 아니다


    그러니 그냥 걷자 말없이

    홍예교 지나 영송루가면 보겠다


    ☞ 이수정은 사헌부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역임했던 조삼(趙參·1473~1544) 선생의 후손들이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다. 연못 중앙에 세 개의 작은 섬이 있고 그 섬을 연결하는 돌다리가 걸쳐져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섬에 영송루라는 누각이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이수정 뒤편 바위 언덕 위에 조삼 선생이 지은 무진정(경상남도유형문화제 제158호)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엔 빼어난 문체의 기문이 눈길을 끄는데 바로 조선중기 문신학자인 주세붕(우리나라 최초 백운동서원(현 소수서원)의 창립자) 선생의 필적이다.

    이수정엔 바람과 햇살과 우거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며 매년 사월초파일 이곳에서 벌어지는 낙화놀이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연못에 어리는 나무 그림자와 물결의 무늬는 마치 주세붕 선생의 필체같이 유연하고 아름답다. 연못이 있어 무진정 정자를 지은 것이 아니라 정자를 짓고 나서 연못을 만들었으니 그저 군살 같은 언덕배기에 남다른 안목으로 터를 잡아 누각을 지은 조삼 선생께서도 대단하지만 그 누각 아래 미나리 밭의 물을 받아 연못을 만든 후손들의 기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시·글= 김시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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