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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창원 정신질환 모녀 사망사건이 남긴 것은

  • 기사입력 : 2020-10-11 21: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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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경(사회부)

    “21세기에 아사가 웬 말이냐.” 창원에서 지난달 5일 22세 딸과 52세 엄마가 숨진 채 발견된 ‘정신질환 모녀 사망사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오랜 시간 정신질환을 앓으며 사회와 단절돼 있던 모녀는 숨진 지 20여일(추정)이 지나서야 발견이 되고, 부패 정도가 심한 탓에 사망 원인도 알기 어려웠다. 다만 돌연사나 아사 가능성이 추정됐을 뿐이다. 이들의 죽음은 악취가 퍼지기 전까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정확한 사인 규명과 사회 안전망 강화를 숙제로 안았다. 늦게나마 경찰은 사건을 단순 변사로 당장 종결하지 않고 살인사건에 준할 정도로 꼼꼼히 수사한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세웠다. 또 행정에서 허성무 창원시장은 사건 한 달 만인 이달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복지여성국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허점은 모녀가 장애인으로 등록 가능성이 있지만 그 권리를 찾거나 복지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딸은 경계선 지능장애 수준의 증세를 보이고 엄마는 정신병원에 입·퇴원하는 등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었다. 딸의 청소년기를 돌봤던 아동복지시설에선 “엄마는 본인이 정신병이 있어 자신도 딸도 장애 등록을 거부했다”며 “딸은 장애인 등록을 하면 학교생활이나 사회진출에 여러 혜택이 많았지만 엄마의 반대만으로 등록을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딸은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한 뒤 사례관리를 받지 못했다. 이 문제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달라지며 지자체에서 별도 사례관리가 가능해져 일부 개선됐다. 창원시는 이달부터 아동보호전담요원 4명을 투입해 퇴소아동 등을 5년간 사례관리한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는 있을 수 있어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에도 들지 못했다. 사회 안전망은 아직 완벽하지 않고 구멍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메우는 것은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 될 수 있다. 이웃들은 모녀에 대해 7평 남짓 원룸에 세 들어 살며 휴대전화가 없고 딸이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등 고립 생활을 한 것으로 기억했다. 조금만 일찍 따뜻한 관심이 있었다면 비극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모녀의 죽음을 막는 것은 우리들의 노력에 달렸다.

    김재경(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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