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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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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감을 얻는 법(法)- 허철호(취재2국장)

  • 기사입력 : 2020-08-17 20: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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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 오래전 방송된 드라마를 보면 다방(커피숍)이나 음식점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회사 사무실에서도 버젓이 흡연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커피숍과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만든 것은 법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 2013년 7월부터 150㎡ 이상 식당·술집·카페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했고,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과 술집이 금연구역이 되면서 이곳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위반 땐 손님은 과태료 10만원, 업주는 위반 횟수에 따라 17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음식점 등의 금연구역 적용을 두고 흡연할 권리를 주장하는 흡연자 단체와 손님 감소를 우려한 소규모 음식점 업주들이 위헌이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흡연은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나 담배연기로 타인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다.

    사전에 법(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로 나와 있다. 한자 ‘法’자는 ‘물 수(水)’와 ‘갈 거(去)’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다. 글자 그대로 풀면 물이 흘러가듯이, 순리대로의 뜻일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수평을 이루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평을 상징한다. 또 물은 어디로 가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실내 금연처럼 과거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이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것도 있고, 디지털 성범죄처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디지털 교도소’라는 이름의 온라인 웹사이트가 논란이다. 이곳엔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 등 최근 디지털 성범죄로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이들은 물론 신상공개가 결정되지 않은 n번방·박사방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정보도 나와 있다. 게재된 신상정보는 얼굴, 이름, 나이, 주소, 전화번호, 직장 등이다. 그러나 임의로 개인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다. 또 이미 성범죄알림e를 통해 공개된 정보도 이를 유포하거나 공개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 받는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신상공개’ 방식의 단죄를 지지하기도 한다. 이들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에 따른 형벌 집행이 국민의 법 감정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는 경남에서 텔레그램 성범죄로 가장 먼저 검거돼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자 여성단체가 납득이 어려운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법원이 “그와 부모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보인 노력을 참작해 조속한 사회 복귀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판결한데 대해, 여성단체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상황을 외면한 판결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판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법은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으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가듯이란 법의 한자 뜻처럼 법의 적용도 물이 흘러가듯이 돼야 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등 불법에 대한 처벌이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기를 기대한다.

    허철호(취재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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