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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를 잊지 마세요

  • 기사입력 : 2020-08-04 21: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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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영진 사회팀

    4일 오후 다수 노동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 쥐 죽은 듯 고요한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 업체를 찾았다. 낮 최고기온 31도를 넘는 찜통더위 속에 16명의 노동자들이 한 달째 천막을 치고 ‘빼앗긴 일터’ 앞에서 ‘본래 일터’를 돌려달라고 외치며 버티고 있는 곳이다. 천막농성장 앞 그들의 일터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 “더운 날씨 속 천막농성을 하면서 언제가 가장 힘드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이 기자의 말문을 닫게 만들었다. 짐작한 대답들, 그러니까, 더운 날씨에 지친다는 말이나 오랜 농성에 몸이 성한 곳이 없다는 부류의 말이 아니라 이들이 꺼낸 말은 ‘잊히는 것이 두렵다’였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일본계 기업 한국산연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지 한 달을 맞이했다. 한국산연은 다이오드와 LED 조명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1974년 일본 산켄전기가 100% 투자해 만든 기업이다.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 논리 하에 돈이 안 되니 짐을 싼다는 것을 누가 어떻게 말리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그 논리보다 더 우위에 있는 가치는 바로 노동자의 생존권이다. 참, 일본 산켄전기는 지난 2016년에도 한국산연 매각이란 카드를 꺼내며 슬그머니 한국에서 발을 빼려다 여론에 막혀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날 만난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놓여 있는 고통의 상황보다 더 간절하게 알리고 싶었던 것은 ‘우리를 잊지 마세요’라는 간절함이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또다시 힘을 내 지역 내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일본 내 시민단체와도 연대해 외자기업 사업철수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알리려 준비 중이다.

    취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기자에게 한 조합원이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는 힘들겠죠?”

    도영진(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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