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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국회의원 입법(立法)의 무게-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6-16 2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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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권 정치팀 서울본부장

    법(法)은 국가권력이 강제하는 사회규범이다. 국민 대표기관인 의회는 입법권(헌법 제40조)을 부여받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관계하는 중요하고도 막강한 권한이다. 국회의원에게 이처럼 큰 권한과 자율성을 쥐어준 것은 국민 대표에 대한 신뢰와 입법의 무게 때문일게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양식과 판단에 따라 정책결정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헌재 2018. 3. 20. 2018헌마229)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 이해관계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지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입법 등 의정활동은 이율배반이자 존재 이유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게 보편적 인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은 최근 수도권 접경지역 산업단지개발사업에 이익을 주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공분을 샀다.(본지 10일 1면 보도) 개정안은 접경지역에서 산업단지개발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농지보전부담금, 개발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을 면제하는 내용이다. 이런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낙후한 비수도권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해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접경지역 의원은 비수도권의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결국 지난 10일 법안을 철회했다.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광주 모 의원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참여를 철회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애초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수도권 의원만으로 재발의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제주 모 의원도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역의 거센 비난에 이름을 뺐다.

    김해시는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다. 7000여개 업체가 산재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해지역 국회의원이 수도권 규제완화 법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비난 여론이 비등해도 김 의원은 아무런 해명이 없다. 침묵은 수긍과 항변이란 이중성을 동시에 내포한다. 만약 비난 여론이 귀에 거슬리고 소신에 변함이 없다면 이 법안 재발의 때 다시 이름을 올리면 될 일이다. ‘대의제도에 있어서 국민과 국회의원은 명령적 위임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 위임관계에 있다’(헌재)는 국회의원의 헌법적 지위를 내세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중이 공감하지 않는 소신은 오만과 아집이다.

    그간 김 의원의 입법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지난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은 42건이다. 발의 건수를 당시 경남의원과 비교해도 하위권인 데다 정작 원안 통과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입법 성적이다.

    그는 지난 2018년 6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발을 들였지만, 6개월 만인 그해 연말 ‘공항 갑질’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4·15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컷오프(공천배제)됐다가 재심이 받아들여져 급조한 경선을 통해 공천받는 등 재선길도 순탄치 않았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컷오프 결정을 뒤집은 배경을 놓고도 온갖 뒷말이 나왔다. 국회의원 초선 당선과 동시에 ‘공항 갑질’, 재선 되자마자 ‘황당 입법’…. 결코 보편적 정치 행보는 아닌 듯하다.

    이상권(정치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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