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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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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32) 욕폐미창(欲蔽彌彰)

- 가리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 기사입력 : 2020-06-16 08: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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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소장

    많은 분들이 같은 경험을 했겠지만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많은 성금, 헌금, 위문금 등등을 내 왔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씰, 적십자회비, 국군장병 위문금, 수재의연금, 평화의 댐 건립 기금, 독립기념관 건립 성금, 이웃돕기 등등 그 종류는 수도 없이 많아 다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단 한 번도 모금을 주도한 사회단체, 봉사단체, 시민단체, 학교, 관공서, 신문방송사 등에서 모금한 돈을 사용한 내역을 밝힌 적이 없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모금을 주도한 단체나 기관, 언론사 등에서 자기들 쓸 돈을 이 모금한 돈에서 먼저 챙겨 놓고 지원 대상자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근무하던 대학에서도 옛날에는 연말이 되면 이웃돕기, 국군장병 위문금, 적십자회비 등을 강제로 급여에서 공제하다가 민주화가 된 이후 자율에 맡겼다.

    필자는 도와야 된다는 생각에서 계속 잘 내는 축에 속했는데, 어떤 교수들은 “이 돈 모아 중간에서 가로채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계속 내십니까?”라고 하면서 내지 말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사실 국가에서 각종 세금을 거두면서도 도가 넘치게 각종 모금운동을 해왔다. 기업체에게는 세금보다 더 겁나는 게 모금이라고 했다. 큰 기업이면서 적게 내면 집권자들의 눈 밖에 나게 되고, 많이 내자니 회사의 힘에 부치게 돼 이래저래 부담이 됐다.

    모금은 어제 오늘 생긴 제도가 아니고 아득한 옛날부터 있어왔다. 중국에서는 기록에 남은 것으로는 한(漢)나라 때부터 있었는데, 흉년에 부자가 곡식을 내놓으면 나라에서 그 부자에게 벼슬을 내렸다. 조선시대에도 전쟁이 나거나 흉년이 들면 나라에서 곡식을 모집했다. 국가에 큰 성을 쌓거나 토목공사를 할 적에도 곡식을 모집했다. 조선시대에도 곡식을 바친 대가로 벼슬을 주었다.

    오늘날의 모금은 국민들의 정성에 기초한 것으로 약간의 세금 혜택 이외에 아무런 대가가 없다. 대가를 바라고 성금이나 헌금을 내는 사람은 없지만, 자기가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돈이라는 것은 그 속성상 만지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을 하게 돼 있다. 그래서 돈을 만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잘하고도 의심을 받고 욕을 들어먹는다. 누가 언제 와서 회계장부를 보자 해도 보여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최근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은 30여 년 동안 위안부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도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 평소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일을 했다. 나는 정직하다.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해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떳떳하게 회계장부를 공개해 의심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직접 보게 하는 것이다.

    나뭇잎 하나로 자기 눈을 가린다고 잘못이 가려지지 않는다.

    *欲 : 하고자 할 욕. *蔽 : 가릴 폐. * 彌: 더욱 미. *彰 : 나타날 창.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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