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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는 아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상규(취재1국장)

  • 기사입력 : 2020-06-15 20:14:15
  •   
  • 이상규 취재1국장

    우리 지역에서 전국을 떠들석하게 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창녕에서 계부와 엄마가 아이를 학대한 내용을 보면 한 부모로써 할 말이 없다.

    기사 댓글에도 공분이 넘쳐난다.

    “니들도 지문 없애게 손가락 후라이팬에 지지고 니들도 쇠목줄 걸어 묶어두고 니들도 밥 굶기고 때리고… 아이가 간절한 사람들도 많은데 왜 천사같은 아이들을 저런 악마같은 것들한테 내려 주셨을까.”

    “하, 정말 가슴 아파서 못 읽겠다. 차라리 내가 데려다 사랑 많이 주며 회복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너무 가슴 아프다. 함무라비 법전 다시 꺼내자. 똑같이 해줘.”

    학대받는 아이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속이 상하고 화가 난다. 도대체 아이를 그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인간의 폭력은 어디서 비롯될까. ‘유전과 환경’은 한 인간의 품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폭력을 부채질한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 1970~80년대는 사회 곳곳에 폭력이 만연한 시기였다. 당시엔 (술취한) 남편에게 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이른바 ‘매맞은 아내’를 동네마다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자식을 때리는 아버지가 어느 곳이나 있었다. 학교 안팎에서도 폭력이 난무했다. 교사는 성적 떨어졌다고, 준비물 안 가져왔다고 학생에게 회초리를 휘두르고 예사로 뺨을 때렸다. 당시엔 학교에서 교사에게 학생은 맞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남자학교 선배는 후배에게 ‘기합을 넣는다’며 단체로 몽둥이를 들었다. 심지어 대학 동문회에서도 줄빠따가 있었다. 군대서의 폭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어떤 회사에서는 회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용모를 검사하고 얼차려를 시켰다. 아마도 군사문화가 사회를 지배한 시대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폭력과 관련해 잊혀지지 않는 일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 내 아이가 취학 전 무렵이었다. 동네 또래와 다툰 뒤 욕을 하는데 너무 심한 욕을 해 충격을 받았다. 집에선 엄마 아빠 누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깨달았다. 내 아이만 잘 가르친다고 되는 건 아니구나 하고.

    다음으로, 고교시절 친한 친구 동생이 불량배에게 맞아 얼굴이 함몰되고 새로 산 교복이 찢겼다. 폭행당한 이유가 좋은 교복을 입고 부자티가 나서’ 라는 것이었다. 그땐 악마가 따로 없구나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즘 폭력과 학대 사건이 뉴스에 때때로 나오지만 내 어릴 적에 비해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폭력은 더욱 잔인해지고 이유없이 약자를 무차별 때리는 ‘묻지마 폭력’은 오히려 증가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언어 폭력이나 정서적 학대 등 다른 형태의 폭력은 강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법무부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행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은 자녀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징계권이 부모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시대가 변한 만큼 이참에 체벌 금지가 명문화되었으면 한다.

    이상규(취재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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