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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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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리가 정치인의 숙주인가-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03-09 20: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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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여파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남 탓하는 정치인들 행보에 말문이 막힌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중국 탓, 특정 종교 탓,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게다가 자화자찬까지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외국에서 수모를 당하는 한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도 혐오 바이러스에 급속하게 전염되고 있다. 극심한 정치 갈등이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숙주’가 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다.

    돌연변이를 하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그때 신출귀몰하게 모습을 바꿔가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법 개정이 그랬다. 여권은 애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해하기 힘든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바꿔 강압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러다보니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정당투표 용지 길이가 50㎝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코미디보다 웃기는 정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개정된 선거법을 기막히게 활용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것이다. 지역구 투표는 자당 후보에게 하고 정당투표는 비례정당에 해달라는 식이다.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까지도 전 당원 투표로 의견 수렴을 해 진보·개혁진영에서 추진하는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더 놀랍다. 허점을 파고드는 ‘묘수·꼼수 정치’ 번식속도가 ‘코로나19’급이다.

    ‘코미디 정치’는 정당 이합집산이 되면서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과 범보수 야권이 새로운 정당인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안철수 전 의원은 새로운 정당을 ‘안철수 신당’으로 창당하려다가 선관위에서 명칭을 불허하면서 ‘국민의당’으로 선회했고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낸다고 한다. 의원들이 너도나도 제 살길 찾아 떠난 바른미래당은 공중 분해됐고, 대안신당, 민주평화당과 뭉쳐 ‘민생당’으로 재탄생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다른 정당으로 가기 위해 셀프 제명하는 촌극도 벌어지는 걸 보면 신종 돌연변이 정치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정당과 정치인이 표심을 얻기 위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아무렇게나 해버리면 정치를 혐오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일부 몰지각한 정치 세력들은 바이러스 국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불신을 조장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누구보다도 침착해야할 정치인들이 총선정국에 표심만 계산하며 혐오 바이러스를 키우는 또 다른 숙주가 된 꼴이다. 그래서 ‘정치인을 바이러스’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인들은 독자 생존이 불가능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숙주가 필요하고, 또 숙주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시키거나 영양분을 가로채어 숙주를 해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서는 점도 바이러스와 꼭 빼닮았다. 바이러스 국면은 집권여당에게 악재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보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이 정치인들의 입맛에 따라 숙주가 되는 세상은 지났다. 국민은 성숙했고, ‘악성 바이러스’는 올바른 판단으로 퇴치할 수 있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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