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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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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흥부와 제비와 제비집 요리- 양미경(수필가)

  • 기사입력 : 2019-12-19 2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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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TV에서 세계 4대 요리 중 하나인 제비집 요리가 소개되었다. 제비집을 어떻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중국음식문화는 워낙 사용하지 않는 재료가 없다지 않는가. 무엇이든 맛깔나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날개 달린 건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 네 개인 건 책걸상 빼고 다 먹으며, 물밑에 있는 건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제비집 요리는 명나라 초기 정화鄭和가 수군을 이끌고 동남아를 거쳐 아라비아 반도까지 파죽지세로 내려갔다. 이후 중국 사람들이 동남아 쪽으로 상권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는데, 200여 년 전에 태국에 살던 화교 한 사람이 신기한 것을 보게 된다. 절벽 바위 위에서 제비가 자신의 입으로부터 희고 반짝이는 긴 액체를 뽑아내어 둥지를 만드는 것이다. 금사연(金絲燕)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래서다. 그는 당장 태국 왕에게 제비집 채취 허가권을 따서 요리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그 유명한 제비집 요리의 시작이다.

    나중에 이 요리는 청나라의 황제에게까지 진상되었는데 그 맛에 황제도 반하고 말았다고 한다. 이때는 제비가 지은 흰색의 집이라 하여 백연(白燕)이라 불리었다. 이후 이 음식은 정력에 최고라는 입소문을 타고 중국에서 돈 많은 노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현재도 동남아 해상의 바위섬 칼새 서식지에는 철책을 치고 무장 경비가 보초를 서는데 해적들이 훔쳐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비가 유명세를 탄 것은 흥부가에 등장하면 서다. ‘박타령’이라고도 하는 판소리 흥부가에는 잘 사는 형 놀부와, 찢어지게 가난한 동생 흥부가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흥부는 그리 가난한데도 아이가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이야기마다 다르지만 최소 열둘에서 서른둘까지 기록이 있다고 한다.

    신재효 판소리 여섯 마당 중 흥부가에 나오는 자식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무려 스물다섯이다. 그런데 정작 잘 사는 놀부의 자식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없다는 말도 있고, 하나 아니면 둘이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약간 우스꽝스럽지만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흥부는 다리 부러진 제비를 치료해주고 박 씨를 받았다고 하는데, 제비가 떠나면서 남긴 게 제비집이라면? 그래서 흥부가 청나라 황제처럼 제비집에 맛을 들였다면? 아이가 열둘이건 서른둘이건 이해가 간다. 물론 우스개로 하는 말이지만.

    그런데 제비집 요리라고 하지만 제비와 닮았을 뿐 제비는 아니다. 칼새 목 칼샛과에 속하는 칼새다. 이들은 목에서 하얀 액체를 뽑아 집을 짓는데 사람들이 이 집을 채취해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요리에 사용한다. 칼새는 전남 해안 지방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흥부도 제비(칼새) 집을 채취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 하는데 무얼 못 먹었을까.

    요즘 제비 보기가 힘들어졌다. 도시는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어버리고 시골은 농약을 뿌려 먹이환경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시골 가보면 여기저기 빈집들이 늘어가고 있다.

    제비만 살기 힘든 환경이 아니라 사람도 점점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간다. 그런 와중에 젊은이들이 농촌에 정착하고 유기농으로 미래를 설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래야 제비도 돌아오지 않겠는가.

    양미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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