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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시재현상(矢在弦上) - 화살이 활시위 위에 있어 쏘지 않을 수 없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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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184년 후한(後漢) 말기 뭇 영웅들이 각 지역을 차지하고서 전쟁을 일삼을 때부터 삼국시대(三國時代)가 시작된다.

    200년에 이르러 당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관도(官渡)의 전투가 벌어졌는데, 월등한 군사력을 가진 원소(袁紹)가 조조(曹操)에게 대패하여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대신 조조는 중국 북방을 통일하여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원소의 서기관(書記官 : 공보비서)이었던 진림(陳琳)은 조조를 비난하는 격문(檄文)을 지었다. 조조는 자기 집안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조부가 환관이었다. 진림은 조조를 비난하면서 그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지었다.

    원소가 패배하여 진림은 조조의 포로가 되었다. 조조가 그 재주를 아껴 죽이지 않고, 제주(祭酒)라는 벼슬을 주었다. 조조가 “나를 욕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가 있는데,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왜 욕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진림은 “화살이 이미 활시위에 장전되어 있어 발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미 욕을 시작했으니 끝까지 다 해야지, 중간에서 그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토론에 자신이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검사들을 상대로 토론회를 벌였다. 어떤 검사가 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검찰 간부에게 청탁전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몰아붙이려 하자 노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고 하여 분위기가 상당히 긴장되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문재인 현 대통령은 그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 “목불인견(目不忍見 :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었다)이었다”, “정말 검사스럽더라” 등의 말을 했다. 대통령이 되면 검찰개혁부터 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취임하자마자 역대로 검사들이 맡던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검사가 아닌 교수를 임명하는 등 검찰 내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또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도 경찰에 넘기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검찰은 매우 위기를 느끼고, 문 대통령에게 ‘검찰은 나쁜 조직이 아니다’, ‘검찰은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조직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서 초강수를 계속 두다 보니, 구속 수사를 받는 사람이 이미 100명에 다다랐다고 한다. 마침내 전직 대통령 두 사람도 모두 구속되었다.

    경찰은 경찰대로 대통령에게 점수를 따서 독립적인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강압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두 기관 다 수사권을 갖고 다투다 보니 대통령의 결단이 대단히 중요한데, 어떻게든지 대통령에게 좋은 점수를 따야 한다. 그러니 현재 하고 있는 방식을 바꿀 수 없고,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 마치 활 시위에 얹어놓은 화살을 발사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과 같다.

    *矢 : 화살 시. *在 : 있을 재.

    *弦 : 활시위 현 *上 : 윗 상.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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