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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 엄개오점(掩蓋誤點) - 잘못된 점을 가리고 덮다

  • 기사입력 : 2017-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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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 가는 수레가 뒤집히면 뒤에 따라가는 수레를 모는 사람은 왜 앞의 수레가 뒤집혔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해서 자기 수레를 뒤집히지 않게 조심해서 몰아야 한다.

    앞의 수레를 따라 그대로 가다가 뒤집히는 것을 두고 ‘전철(前轍)을 밟는다’라고 한다. 전철이란 앞 수레바퀴가 지나가면서 만든 파인 바퀴자국이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영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영부인 행동지침을 교육하던 청와대 담당 비서들이 “이순자 여사가 하던 것과 반대로만 하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소문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박(親朴)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상황 파악을 못하는 상태에서 정치를 그릇되게 해서 탄핵을 받고 감옥까지 갔다. 그 덕분에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됐다. 그러면 박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까지 받게 됐는지를 살펴 분석해 잘못된 것은 고쳐 바른 길로 가야 한다.

    박 대통령 때 가장 잘못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사 문제였다. 국회 청문회에서 낙마한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가 여럿이 있었고, 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안 됐는 데도 밀어붙여 장관으로 임명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도 박 대통령의 잘못한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정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던 홍종학씨를 기어이 중소벤처부 장관에 임명했다.

    더 문제인 것은, 홍씨를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문대통령이 “청문회에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한 말이다.

    이 말은 농담이라 해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회 청문회는 ‘정말 아무런 가치도 없고, 남의 소소한 허물이나 캐내는 장소로, 뛰어난 인재의 능력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요식행위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국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이런 말을 듣고도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자기가 자격이 안 되거나 흠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할 수가 없다. 자리가 떨어질까 봐 원칙을 어겨 가면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런 전례가 멀지 않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때 있었다. 최순실이 청와대를 휘젓고 다니는데도 비서관이나 장관들이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믿겠는가? 모두가 대통령 비위를 건드렸다가 자기 자리 잃을까 두려워해서 말을 않은 것이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가 명확히 내세웠던 인사원칙에 어긋난 사람을 6명이나 장관이나 장관급의 자리에 임명했다. 그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한없이 고맙다. 대통령이 내세운 기준에 의하면 장관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을 시켜주었으니.

    지금은 국민지지율이 높아 아무 말 안 하지만, 얼마 지나면 이런 원칙 없는 인사가 대통령에게 큰 걸림돌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掩 : 가릴 엄. *蓋 : 덮을 개.

    *誤 : 잘못될 오. *點 : 점 점.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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