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10월 07일 (금)
전체메뉴

(648) 열적소저(劣跡昭著)- 못난 자취가 밝게 드러났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9-06 07:00:00
  •   

  • 정보산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농업은 인류에게 가장 필수적인 산업이다.

    역대로 모든 왕조에서는 중농정책(重農政策)을 펼쳐 왔고, 제왕들은 권농(勸農)행사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갑자기 세상이 발달하자 한때 농업이 중요하지 않은 줄 잠시 착각한 시대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후반부터 농업을 은근히 무시하고, 농과계통의 학교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정치적으로 발언권이 없다. 그래서 천시되는 경우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농림부 등 부서가 있지만, 농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정도로 정부 내에서도 힘 있는 부서가 되지 못하고, 늘 정치적으로 처신한다.

    1970년보다 물가가 거의 100배 올랐는데, 쌀값, 계란값, 꿀값 등등 농산물 가격은 거의 그대로다. 농민들의 울분은 극도에 달해 있다. 텔레비전 등에서는 ‘유기농’, ‘창조적 영농’ 등으로 연간 소득이 몇 억원에 이른다고 소개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대다수 농민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판국에 유명한 민주투사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내고 7선의 국회의원인 이해찬 의원이 농민이 뿌린 퇴비를 제거하라고 두 차례 민원을 제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의원이 민원을 제기하자 세종시에서는 부시장이 공무원을 대동하고 나가 그 밭에 뿌린 퇴비를 치우게 하는 등 과잉대응을 해 권력자 앞에 과잉충성하는 공무원의 행태를 보였다.

    자연을 사랑해 전원주택을 지어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힘들고 바쁘게 살아가는 농민들 마을에 가서 살려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전원에 가서 살 수 있다.

    “내가 내 돈 주고 땅 사서 집 지어 사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하는 자세로 호화판 집을 지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농민들은 나하고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도 그 지역에 살던 농민들이 마음속으로 불만을 가질지라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한두 사람 때문에 출세한 사람이나 도시 사람들을 집단으로 욕을 먹이게 만든다.

    이 의원의 경우는 이보다 한 수 더 떠서, 뒤늦게 들어와 전원주택을 지어 조상 대대로 퇴비 주며 농사지어온 땅에 농사를 못 짓게 한 것이다. 퇴비를 쓰지 않고 어떻게 농사를 짓겠는가? “냄새가 자신을 불편하게 하니, 농사는 모르겠고 퇴비를 제거해서 냄새를 없도록 하라”는 자세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국회의원 한 사람의 명령에는 벌벌 떨면서 농민들의 농업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민주투사로 이름났고 또 자기가 여러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국무총리에까지 이른 것도 모두 민주투사라는 밑천이 받쳐준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운동할 때는 백성들을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그런 그가 농사를 생명으로 하는 농민이 농사 짓기 위해 밭에 뿌린 퇴비를 냄새 난다고 제거하라고 여러 차례 명령한 것은 그의 본색이 어떠한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입으로 부르짖는 노동자와 농민들을 위한다는 말이 진정성이 있었는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이용한 것인지 묻고 싶다.

    *劣 : 못날 렬. *跡 자취 적.

    *昭 : 밝을 소. *著 : 나타날 저.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