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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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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인물회인(因物懷人)- 사물로 말미암아 사람을 그리워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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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자락인 요즈음 매미 소리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고향이 시골인 사람들은 매미 소리를 들으면 고향생각이 더욱 많이 나고, 어릴 적 여러 가지 일이 연상된다.

    매미가 땅 위에 나와서 우는 것은 수컷이 짝을 찾기 위해서 암컷을 유인하는 수단이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마치고 나면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는 죽는데, 보통 땅 위에 올라와서 사는 기간은 보름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애벌레로 땅 속에서 7년 이상 지낸다고 하니,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가엾은 벌레다. 그래서 그 울음 소리는 더욱 애잔하게 들린다.

    주자(朱子)의 문집인 <주자대전(朱子大全)>은 200권이나 되기 때문에, 학자들이 다 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당시 경제력으로는 인쇄를 해 내거나 구입할 수가 없었다. 먼저 입수해서 연구한 퇴계(退溪)선생께서 주자의 편지 가운데서 학문 연구나 심신 수양에 도움이 되는 글을 뽑아 후학들을 위해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라는 축약본을 편집해 냈다.

    그 가운데 주자가 자기의 친구 여조겸(呂祖謙)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서, “며칠 동안 매미 소리를 들으니 더욱 맑군요. 매번 매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대의 고상한 기풍(氣風)을 그리워하나이다”라는 글을 뽑아 넣었다.

    그러자 제자인 남언경(南彦經)이 스승 퇴계에게 불만스러운 편지를 올렸다. “지금 이런 대수롭지 않은 말을 <주자서절요>에 뽑아 넣어 무엇하시려는 것입니까?”라는 요지였다.

    주자의 편지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고 중요한 것을 골라 만든 책에 “매미 소리 들으며 그대의 고상한 기풍을 그리워한다”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는 뜻이었다.

    퇴계는 답장을 보냈다. “대수롭지 않게 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중요하게 보면 중요한 것이요. 사람마다 보는 바가 같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같지 않지만, 나는 평소에 이런 것을 좋아하오. 여름날 푸른 나무가 그늘을 이었을 때, 매미 소리가 귀에 가득하면 일찍이 주선생(朱先生)의 기풍을 우러러 그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소. 위대한 현자(賢者: 주자)께서 사물로 말미암아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리움을 당하는 분도 위대한 현자[呂祖謙]이니, 그 사이에 있는 좋은 뜻이 어떠하겠소? 우리 유학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상하게 여길 것이 없지만, 좋아할 줄 알 만한 사람도 이처럼 뜻이 같을 수가 없군요.”

    세상 만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퇴계선생은 매미소리를 듣고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소리를 통해 위대한 현자를 그리워하고 좋은 친구를 그리워하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모든 것이 자기의 마음먹기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니,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因 : 인할 인. *物 : 만물 물.

    *懷 : 그리워할 회. *人 : 사람 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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