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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탐오지풍(貪汚之風) - 탐욕스럽고 오염된 분위기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6-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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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의 집안 아우 되는 사람이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에 다니고 있는데, 그 사람이 국립대학 정교수인 필자의 급여명세서를 보고는 “정말 이것밖에 못 받느냐?”고 두 번 세 번 반문을 하며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며 믿지 않았다.

    그 친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소에 들어가 용접 기술자로 일을 하고 있었다. 국립대학 정교수의 급여도 봉급생활자 가운데서 고액에 속하는데, 그 액수를 보고 적다고 놀라면서 자기는“연봉 1억 이상을 받고 무료급식에 각종 수당, 수시로 회사로부터 의복 운동기구 등등 각종 선물을 받습니다”라고 자랑을 했다.

    필자는 “조선업은 해외로부터 계속 주문이 들어오고, 또 부가가치가 높으니까 사원들 대우를 잘해주는 모양이다. 조선소에 입사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로부터 5년도 안 돼 ‘조선업이 매우 어렵다’는 뉴스가 계속 나더니 최근에는 대표적인 조선소 삼성, 대우, 현대 등이 다 부도가 날 지경이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경영을 너무 엉망으로 하고 사장부터 말단사원까지 갈라먹기식으로 회사를 병들게 한 결과였다.

    속사정이 노출된 대우조선을 보면, 사장은 사장대로, 중간간부는 중간간부대로, 노조원들은 노조원대로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빴다.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고도 분식회계로 이익이 나는 것처럼 꾸몄다. 감독기관인 산업은행도 슬며시 눈감아 주었다. 이러고서도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진작부터 문제가 심각했고, 그 심각성을 알면서도 정부에서 단호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서 누구에게 인기 떨어질 짓을 자기 손으로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서 구제금융 1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열심히 일했는데, 운용자금이 모자라 국민세금인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야 망하든 말든 자기들끼리 흥청망청 갈라 먹다가 모자라는 돈을 국민 세금으로 구제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조선소만 그런 것이 아니고, 공기업체, 국가 공공기관의 운영이 다 마찬가지다.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법관 등도 다 마찬가지다. 자기 임기 중에 한 밑천 챙기자는 분위기가 온 나라에 가득 차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가 지도자급의 인사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비원칙적인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쁘니, 국가부채가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난다. 그런데도 대통령부터 각 정당 대표 등 누구도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자기 혼자 깨끗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들이 부정을 못 하도록 막아야 자기 임무를 다 하는 것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구제금융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정신개조가 필요하다. 썩은 정신으로 국가건 회사건 다스려 나갈 수 없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대통령이 말했는데, 청와대나 정부가 하는 일이 너무나 정상적이지 않다.

    *貪 : 탐낼 탐. *汚 : 더러울 오.

    *之 : 갈 지. * 風 : 바람 풍.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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