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2년 09월 26일 (월)
전체메뉴

(632) 부이겸사(父而兼師) - 아버지이면서 스승을 겸한다

  • 기사입력 : 2016-05-17 07:00:00
  •   

  • 매년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생신이 5월 15일인데, 세종대왕이 겨레의 큰 스승이라 해 이 날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스승 하면 흔히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정식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배움의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으면 일반적으로 스승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받는 교육은 맨 먼저 부모, 조부모로부터 받아 인격형성이나 학문성취 등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이면서 아울러 스승의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할아버지, 숙부, 형 등도 스승의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조부 얼굴도 못 뵈었고, 여덟 살 때 부친이 돌아가셔서 글을 배울 나이가 안 됐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훌륭한 숙부와 형이 있어 오늘날 한문을 전공하는 교수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필자의 숙부는 천성적으로 배우기를 좋아했다. 어릴 때는 책 읽기를 하도 좋아해서 책과 요기할 음식을 챙겨서 사람이 거처 안 하는 골방에 들어가서 신을 감춰 버리고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농촌에 살면 어른들이 계속 불러내어 일을 시키기 때문에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네 누구 집에 새로 산 책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반드시 빌려 와서 밤을 새워 다 보고 난 뒤 돌려줬다. 또 우편으로 각지에 책을 주문해서 사 보았다.

    호기심이 많고 남이 생각 못하는 일을 잘 도모했는데 열아홉 살 때 금광을 개발한 적이 있었다.

    열아홉 살 때부터 공무원을 했는데, 1957년쯤에 경남도 공무원 교양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적이 있었다.

    꼭 한문만이 아니고 박람강기(博覽强記)하여, 그 당시 시골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여러 가지를 많이 알고 계셨다. 한의학에 정통해 서울로 이사 가서 여러 병원을 다녀도 못 고치는 어떤 환자를 살린 적도 있었다.

    우리 형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갔다 오거나 방학 때면 한문서당에 다녔는데, 한자나 한문 문구를 상당히 알고 있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아 묻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어떤 경우는 하루 종일 물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고모 한 분은 아예 자기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 옆에 오면 자꾸 물어 귀찮게 하니까.

    책이나 신문을 보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각 옆에 있는 우리 형님에게 물었고 우리 형이 모르면 우리 숙부에게 물었다. 웬만한 것은 다 해결됐다.

    필자가 한문 서당에 단 하루 가보고 저런 식으로 교육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서, 독학을 했으면서도 최단시간에 한문 문리(文理)를 틔운 것은 우리 숙부와 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숙부면서 형이면서 스승의 역할을 해준 은혜를 회상해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

    * 父 : 아비 부. * 而 : 말이을 이.

    * 兼 : 겸할 겸. * 師 : 스승 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