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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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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향음주례(鄕飮酒禮) - 고을 사람들이 모여서 술 마시는 예법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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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좋은 문화도 그 민족이나 나라의 힘이 없으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 민족에게는 좋은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그동안 우리의 국력이 약해 세계 만방에 선양하지 못했다.

    더구나 일본이 우리나라를 36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하면서 우리 문화를 말살, 왜곡하고 해외에 악선전을 했기 때문에 우리 문화는 실제보다 평가절하되고 있다. 식민지 교육의 해독이 아직도 남아 있어 지식인들은 “우리 문화가 좋다 좋다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러는 것이지, 뭐 있겠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문화 가운데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는 선비문화이다. 향음주례는 선비문화의 한 종류이다. 지금부터 3000년 전 주(周)나라에서 확정됐다. 음력 10월 농사가 다 끝난 시기에 고을 사람들이 모여서 어진 이를 존경하고 어른을 높이는 의미를 담아 생활의 필수품인 술 마시는 절차를 통해서 예법을 익혀 생활화하도록 하기 위한 예법이다.

    술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적절하게 잘 마시면 인간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융합하게 하고 소통을 해 주고,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약도 된다. 그러나 잘못 마시거나 지나치게 마시면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언행을 함부로 하고, 마음과 몸을 상하고, 심하면 가정과 국가를 망친다. 향음주례는 술을 바르게 마시는 예법이다.

    지난 4월 29일 진주 향교의 경남유교대학 학생 200여명이 모여서 향음주례를 실시하였다. 필자는 향음주례 시연하기에 앞서 그 역사와 유래와 그 의미를 설명하는 간단한 강의를 했다. 향음주례는 그 정신과 의미를 찾아보면 대단히 중요한 예법이다.

    술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사양을 몇 차례 하고 절을 몇 번 한다. 또 시 연주, 음악 연주의 절차도 있고, 참여 인원도 제일 많을 것이다. 이 향음주례 속에는 일곱 가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경건함이다. 꿇어앉고 절하고 읍하고 하는 데서 경건함을 배운다. 둘째 절제다. 술을 석 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셋째 겸양이다. 항상 상대를 배려해 사양한다. 넷째 청결이다. 계속 손을 씻고 잔을 씻는데, 이는 마음과 몸을 청결하게 간직하겠다는 뜻이다. 다섯째 협동정신이다.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협동하지 않으면 예를 이룰 수 없다. 여섯째는 질서의식이다. 집례자의 홀기(笏記)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예가 되지 않는다. 일곱 번째는 감사다. 농사를 지어 술을 담그게 해 준 하늘과 땅, 해와 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얼핏 보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인간생활에 필요한 모든 덕목을 다 갖추고 있다. 이런 좋은 예법을 버려두고 있다가 늦게나마 발굴해 오늘에 되살리려는 진주향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鄕 : 고을 향. *飮 : 마실 음.

    *酒 : 술 주. *禮 : 예법 예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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